최악의 폭락사태 주식시장 풍경…“차라리 휴장하라”소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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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국제통화기금 (IMF) 구제금융신청에 따른 충격으로 주가가 폭락한 24일 매물폭주로 거래조차 제대로 안되는 시장마비상태가 나타나 투자자와 증권사 관계자들을 공포분위기로 몰고갔다.

특히 부실기업과 중소기업의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예상되면서 일부 중소형주는 아예 거래가 전무했으며 최근 2, 3년동안 볼 수 없었던 투자자들의 시위가 재연되는 등 어수선한 하루를 보냈다.

○…개장직후부터 주가가 곤두박질치자 증권사 점포에서는 고객들이 휴장을 요구하는 등 소동을 벌였다.

24일 오전 9시40분쯤 광주직할시 금남로의 증권사 밀집지역에서는 폭락 장세를 지켜보던 50여명의 투자자들이 고함을 지르며 시세전광판을 끌 것을 요구했다.

오후 1시쯤에는 1백여명이 증권거래소 광주지소에 몰려가 "왜 주가를 빼느냐" "휴장하라" 며 2시간동안 강력항의했다.

부산지역 투자자 1백여명도 오후 2시부터 1시간동안 대우증권 부전동지점에서 경제난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은 대권다툼만하고 있다며 항의시위를 벌였다.

○…이날 주가폭락으로 주식을 팔아도 원금을 한푼도 못 건지는 깡통계좌가 속출하면서 투자자와 증권사 영업직원사이에 분쟁이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최근 증권사 점포에선 영업직원의 권유로 주식을 신용매입한 투자자들이 증권사가 채권회수를 위해 반대매매에 나서자 이에 항의하며 손해배상 청구에 나설 움직임이다.

남편몰래 B증권사에서 신용을 1억원이나 빌려 투자를 하다 깡통계좌가 된 한 주부는 담보부족분에 대해 남편의 재산을 차압하겠다는 증권사의 통보에 '자살하겠다' 며 협박을 하기도 했다.

○…매수.매도 비율이 2대8로 극심한 불균형을 보이는등 '사자' 주문이 오전 일찍이 자취를 감춘 24일 주식시장은 또한번 최악의 기록들을 쏟아냈다.

이날 종합주가지수 하락률은 무려 사상최고인 7%를 웃돌았는데 이는 하루 주가등락제한폭이 8%임을 감안할 때 대부분의 상장종목이 하한가를 기록한 셈이다.

오후 한때 상승종목수가 '제로' 를 기록하면서 객장전광판을 온통 파란불로 물들이는 진풍경까지 빚은 끝에 상승종목수는 현대전자.쌍용제지.샘표식품과 일부 우선주를 포함해 6개에 그쳐 폭락세를 실감케 했다.

○…국제통화기금 (IMF) 의 '국제관행' 이 적용되면서 대형우량주의 선전을 기대했던 시황전문가들은 한국전력.삼성전자.포항제철과 같은 '블루칩' 마저 대부분 하한가 대열에 서자 "이 마당에 무슨 말을 하겠느냐" 며 분석을 회피했다.

주식시장이 붕락을 넘어 공황조짐을 보이자 증권거래소 관련부서에는 "긴급휴장조치를 내려달라" 는 개인투자자들의 요구전화가 빗발쳤다.

송명훈 (宋明勳) 증권거래소 이사는 "이제 연기금을 시급히 동원하는 길밖에 없다" 고 허탈해했다.

경제1부·전국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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