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 옛 정곡초교,'발명공작실' 새 단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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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폐교를 농촌 어린이 과학교육센터로 만들면 어떨까. 이같은 꿈을 현실화한 곳이 충남보령시주산면삼곡리 옛 정곡초등학교에 자리잡은 '보령교육청 발명공작실. ' 지난해 11월 문을 연뒤 지금까지 이곳을 거쳐간 학생만도 보령시내 초.중생 2천여명에 이른다.

거의 매일 이곳에 들르는 주산초등학교 6학년 발명반원들은 대부분 '어린이 발명왕' 소리를 들을 정도가 됐다.

발명공작실은 겉보기엔 평범한 시골학교처럼 보이지만 내부엔 웬만한 대학실험실을 방불케하는 갖가지 장비들이 가득하다.

2백여평의 교실을 개조해 만든 실험실.공작실.컴퓨터실 등에 비치된 장비는 총 3백74종에 4천7백35점 (1억3천여만원 어치) .쇠톱.대패 등 간단한 도구에서부터 용접.선반기 등 고가품까지 고루 갖추었다.

친구들과 함께 전자키트를 조립하던 조용관 (13.주산초등6) 군은 "생일축하 노래가 담긴 전자키트를 만들어 동생에게 갖다주곤 한다" 며 "이젠 어떤 기계나 공구를 봐도 전혀 두렵지 않다" 고 말했다.

이곳에서는 실험실습비는 물론 집에 가지고 갈 수 있는 각종 제품의 재료도 무료. 주산초등학교 발명반 담당 이정희 (李正熙.44) 교사는 "창의력이 뛰어난 어린이들을 발굴, 성장토록 도와주는 것이 가장 큰 수확" 이라고 말했다.

용도폐기된 학교 건물이 이같은 어린이과학센터로 자리잡기까지는 李종관 전 (前) 보령시교육장 (지난 8월 정년퇴직) 의 역할이 컸다.

92년 폐교된 뒤 당초에는 매각이나 임대하는 방안이 검토됐지만 '당장 몇푼의 수입을 올리는 것보다 국가 백년대계를 위한 시설로 활용해야 한다' 는 李교육장의 강력한 요청에 따라 과학교육센터로 재탄생했기 때문이다.

보령 =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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