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훈련을 해야 쓰기 고민 싹 없어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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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영 박사(사진)는 “매일 꾸준히 생각쓰는 연습을 하면 창의력이 향상되고 자신감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사진) 프리미엄 황정옥 기자 ok76@joongang.co.kr

간단한 일기·독후감 쓰기조차 힘겨워하는 초등생이 의외로 많다. 왜 그럴까.『매일매일 15분 생각쓰기』저자 남미영(前 한국교육개발원 국어교육실장) 박사는 “대다수 아이들의 글쓰기 고민은 ‘쓸 거리’가 없다는 데서 비롯된다. 이것만 제공하면 마음껏 자신의 생각을 펼치게 된다”고 말했다. ‘쓸거리’란 무엇일까. 전문가에게 자문했다.  


주변·일상이 모두 생각쓰기 소재

 남 박사는 “쓸 거리는 생각쓰기에서 비롯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생각훈련이 안 되어 있는 아이들은 책 내용에 대해 물으면 신경질을 내거나 ‘그냥’이라고 대답한다”며“핵심을 짚어내지 못해 대답할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생각쓰기 문제는 가정에서도 쉽게 만들 수 있다. 남 박사는 “큰 주제를 여러 개 정한 후주제별로 생각거리를 만들면 쉽다”고 조언했다. 예컨대 한주의 쓰기 주제를 ‘나 자신 알기’로 정했다면 월요일은 ‘내 이름에 대해 생각하기’, 화요일은 ‘내 얼굴에 대해 생각하기’처럼 ‘나’를 중심으로 생각거리를 분류한다. 각각의 생각거리는 또 다시 여러 갈래로 나뉜다. 남 박사는 “이름 하나만 가지고도 ‘내이름 뜻 알아보기’ ‘내이름 지어준 분 찾기’ ‘내이름 뜻에 어울리는 동시 짓기’ 등 다양한 ‘쓸거리’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만든 생각거리는 하루 중 아이가 원하는 시간에 15분 정도 써보게 한다.

 집안에서 자주 사용하는 물건을 활용해 생각쓰기 문제를 만들 수도 있다. 『어떻게 이런생각을 했을까』저자 서동윤씨는 “일단 아무 사물이나 선택한 뒤 용도·외형적 모습에서 의미를 찾으라”고 조언했다. 예를 들어 다리미를 선택했다면, 구겨진 옷의 주름을 펴는 특성에 착안해 ‘우리 사회에서 다리미 같은 역할을 하는 사람은 누가 있나요?’ 따위의 문제를 만드는 식이다. 서씨는 “사물이나 사진을 활용하면 일반적인 글쓰기에 비해 ‘백지의 공포’를 줄일 수 있다”며 “전자제품 외형에서 ‘웃는 표정 찾기’ 등의 과제도 창의력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엄마의 칭찬은 생각 확장의 힘
 전문가들은 아이가 생각을 쓸 땐 일단 “혼자서 하도록 지켜보라”고 조언했다.

 『어린이 글쓰기의 전략』 저자 김미란씨는“글 쓰고 있는 아이에게 맞다·틀리다 식의 지적은 금물”이라며 “평가받는다고 느끼는 순간 아이의 생각이 위축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생각엔 정답이 없다. 자유롭게 쓰도록 지원하라”고 말했다. 아이가 글쓰기를 마친 후엔 관심을 보여준다. 엄마 등 가족이 자신의 글에 관심을 보인다고 생각하면 글쓰기 의욕이 커진다. 남 박사는 “아이의 글 말미에 엄마의 감상을 적는 난을 만들어보라”고 조언했다. ‘왜 이런 생각을 했는지’ ‘또 다른 방향은 없는지’ 질문을 통해 아이의 생각을 확장하도록 돕는다. 남 박사는 “한 가지 생각을 얼마나 깊이, 오래 생각해보느냐는 것이 중요하다”며“아이가 자신의 생각에 빠질 수 있도록 칭찬과 격려를 해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김씨는 “처음엔 글쓰는 양이 적어도 관계없다. 중요한 건 짧아도 얼마나 다양한 생각을 담고 있느냐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프리미엄 이지은 기자 ichth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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