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일곱쌍둥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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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현대의학에서는 다태 (多胎) 임신, 즉 둘 이상의 아기를 임신하는 것은 대개 배란 (排卵) 촉진제를 사용한 경우 생기는 현상으로 본다.

최근에는 배란촉진제에 대한 연구가 많이 발전해 다태임신의 빈도도 전에 비해 훨씬 줄기는 했지만 아직도 1백40명의 임산부중 1명은 쌍생아를 임신하고 있다 한다.

쌍둥이 출산을 반드시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지만 배란촉진제까지 사용했다가 쌍둥이를 낳았다면 하늘의 섭리를 거역한 결과로 간주하기도 한다.

그렇다면여성이 한꺼번에 임신할 수 있는 태아의 숫자는 과연 얼마나 될까. 71년 배란촉진제를 사용한 로마의 35세 된 여성은 여아 10명과 남아 5명 등 무려 15명을 임신했다가 중도에 제왕절개로 모두 사산 (死産) 했다는 기록이 있다.

출산한 기록으로는 7명부터 10명까지 여러차례 있었으나 그중 몇몇이 최고 6일간 살아 있었을 뿐 생존했다는 기록은 아직 없다.

물론 여섯 쌍둥이가 모두 살아 있는 경우는 두 건이 있다.

다산 (多産)에 반드시 여러 쌍둥이가 포함된다는 사실은 18세기 러시아의 한 여성에 의해 입증됐다.

최고의 다산 기록 보유자인 그녀는 27번의 출산으로 모두 69명의 아이를 낳았는데 16번은 쌍둥이, 7번은 세 쌍둥이, 4번은 네 쌍둥이로 전원이 쌍둥이였다.

그녀는 18세부터 58세까지 40년에 걸쳐 출산했는데 69명중 67명이 최소한 유년기까지 살았다니 대단한 생명력이었던 셈이다.

배란촉진제가다태임신의 중요한 원인이기는 하지만 그와는 관계없이 순전히 배란한 난자와 수정한 정자의 예기치 않은 결합으로 쌍둥이가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경우는 의도적인 것도, 약의 힘을 빌린 것도 물론 아니니 하늘의 섭리랄 수밖에 없다.

문제는 아기 하나 키우기도 쉽지 않은데 어떻게 한꺼번에 둘 이상의 아기를 키울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정신적.육체적으로도 그렇고, 경제적으로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엊그제 미국 아이오와에서 태어난 일곱 쌍둥이는 전원 생존한 채 태어났다는 점에서는 최초의 기록인 셈이다.

87년 영국에서 태어난 일곱 쌍둥이는 태어나자마자 모두 사망했고, 85년 미국에서 태어난 일곱 쌍둥이는 하나는 사산, 셋은 태어나자마자 죽었다.

이 역시 하늘의 섭리라면 그들도 건강한 삶을 누릴 권리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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