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목동서 세탁 편의점 연 정길화씨…박리다매로 고정고객 확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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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세탁기술도 컴퓨터클리닝 기계도 필요없는 세탁소. '세탁편의점' 은 옷을 보관할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만 있으면 시작할 수 있는 사업이다.

점포에서 직접 세탁.다림질 작업을 하는 기존 세탁소나 빨래방과는 다르다.

단지 세탁물을 접수받아 본사에 보내 세탁한후 다시 고객에게 돌려주는 중간 창구역할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세탁편의점 '크린토피아' 목동점을 운영하고 있는 정길화 (鄭吉和.42) 씨는 "일반 세탁소보다 시간이 약간 오래 걸리고 집집마다 배달을 해주지 않아 고객 입장에서 다소 불편하지만 와이셔츠 6백원, 정장 한벌 3천5백원, 코트 5천원 수준으로 세탁비가 저렴해 이용고객이 점점 늘고 있다" 고 말했다.

지난 7월 비교적 소액인 2천7백만원으로 자기 사업을 시작한 鄭씨는 9월부터 한달 순수익이 2백만원을 넘어서자 사업에 대한 자신감을 갖기 시작했다.

15년동안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사업을 구상하던 鄭씨는 지난 5월 크린토피아 체인점 모집 신문광고를 보고 세탁편의점에 관심을 갖게 됐다.

불황이 계속돼 제조업을 시작할 엄두가 나지 않은 것도 세탁편의점을 시작한 이유중 하나. 鄭씨는 자신이 살고 있는 서울 목동아파트 14단지 아파트 상가 1층의 7평짜리 가게를 보증금 1천만원.월세 40만원에 얻었다.

원래 CD대여점을 하던 점포였는데 경기가 안 좋아서인지 권리금도 '바닥' 시세인 6백만원정도에서 해결할 수 있었다.

鄭씨 가게에서 반경 50m이내에 세탁소가 무려 6개나 있었지만 다 일반세탁소였기 때문에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본사에서 맡아 해주는 인테리어 비용은 평당 1백만원정도. 鄭씨는 페인트칠등은 직접 해 총 6백만원에 인테리어를 끝냈다.

에어컨과 고객관리를 위한 컴퓨터는 집에 있던 것을 그대로 가져와 사용, 개업비용을 더욱 줄였다.

개업 시기가 마침 한여름이어서 처음 한두달은 '파리 날리는' 시간을 보내야 했다.

鄭씨는 "여름철은 세탁소에 맡길만한 빨래가 워낙 없는 계절이라고 스스로 위안하기도 했으나 월매출이 겨우 2백만원정도라 가게세와 관리비지급후 한푼의 수익도 남지 않아 불안한 마음도 들었다" 고 털어놓는다.

하지만 날씨가 좀 쌀쌀해지고 세탁편의점에 대한 인식이 주민들 사이에 퍼져 나가면서 손님이 늘기 시작, 요즘은 하루 고객이 줄잡아 1백여명에 이른다.

특히 주부들이 저녁준비로 슈퍼에 나오는 오후 3~5시쯤에는 鄭씨 혼자 손님을 맞기 벅찰 정도로 바빠 가족들이 잠깐씩 가게에 들러 일을 돕기도 한다.

월 매출도 7백만원을 웃돌기 시작했는데 매출액 60%를 본사에 세탁비로 지급하고도 한달 순수익으로 鄭씨에게 떨어지는 돈이 2백만원을 넘어섰다.

고객 확보를 위한 鄭씨의 전략은 마무리 다림질. 본사에서 세탁과 다림질을 기계로 하기 때문에 바지 밑단등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의 다림질이 제대로 되지 않을 때가 있다.

鄭씨는 점포내에 다림질 도구를 구비해 놓고 이를 깔끔하게 마무리하고 있다.

또 기존세탁소가 하고 있는 수선업무도 세탁과 마찬가지 방식으로 본사에 맡기면 할 수 있지만 주변 옷수선집과 계약을 맺어 이용하고 있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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