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구제금융시대]1.경제의 큰틀 어떻게 변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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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금까지 우리가 그려왔던 경제의 모습은 '고성장.저물가' 로의 연착륙이었다.

그러나 이제 국제통화기금 (IMF) 의 자금지원을 계기로 우리 거시경제의 모습은 '저성장.저물가' 로 바뀌게 됐다.

이는 경제의 거품을 뺀다는 긍정적 효과도 있지만 국민 개개인에겐 허리띠를 한껏 졸라매야 하는 어려움으로 닥칠 전망이다.

IMF는 그동안 각국에 자금지원을 하면서 '긴축' 이란 요구조건을 빼놓은 적이 없다.

이를 위해 성장률.물가.국제수지.재정수지등 주요 정책목표에 엄격한 제한을 가해왔다.

특히 그중 핵심고리인 '성장' 이 주요 표준이다.

임창열 (林昌烈) 부총리겸 재정경제원장관도 지난 21일 IMF에 대한 자금지원요청을 공식화하면서 가장 우려되는 것으로 주저없이 '성장률 저하' 를 꼽았다.

정부는 당초 IMF에 자금을 지원하지 않고 금융위기를 넘기면 내년에 6%이상 성장이 너끈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개발연구원 (KDI) 을 비롯한 국책연구원도 같은 견해였다.

그러나 이제 내년 성장률은 잘해야 3~4%에 그칠 것이라는 게 정부의 인식이다.

민간연구소에선 벌써부터 3%대로 낮아질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IMF에선 0~1%의 초저성장을 요구할 가능성도 엿보인다.

IMF는 최근 수년간 9%이상의 성장률을 보여온 태국에 대해 이를 3~4%로 낮추도록 요구한 바 있다.

재경원 고위관계자는 "성장률은 재정긴축과 금융기관 정리가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달려 있다" 며 "금융권 구조조정으로 자금시장이 경색되면 성장률을 대폭 낮춰야 한다" 고 말했다.

국내외 경제분석가들도 성장은 금융권 구조조정 결과에 직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기관이 넘어가고 여신이 축소되면 가뜩이나 재무구조가 취약한 한계기업 도산이 급증할 것이란 얘기다.

부도막기가 발등의 불이 될 이런 상황에서 성장의 중요한 축인 민간부문의 신규투자를 기대할 수는 없다.

경부고속철도.인천국제공항건설등 기왕에 벌여놓은 국책사업도 당초 계획대로 추진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IMF는 자금지원을 받는 국가에 대해 '긴축' 의 가시적 표현으로 맨먼저 재정긴축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성장률 저하는 국민생활의 긴축을 의미한다.

성장이란 소비 (민간+정부) 와 투자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국민들 주머니 사정도 빡빡해진다.

이 과정에서 고용사정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기업도산이 느는데다 내수가 위축되면 신규채용 축소와 기존인력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경원은 "어떤 경우에도 실업률이 3%를 훨씬 넘어설 것" 이란 우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나마 물가가 안정될 것이라는 게 국민들의 위안이다.

경제 각 부문의 허리띠를 죄려면 물가를 낮추는 것은 필수적이다.

정부는 내년 물가상승률을 4%대로 잡아놓고 있었지만 이보다 더 하향조정될 것이 확실하다.

국제수지는 빠른 속도로 개선될 전망이다.

정부.기업.가계 할 것없이 주머니가 얇아지는 마당에 수입.해외여행등도 줄어들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이 문제는 빌려준 돈을 계획대로 회수해야 하는 IMF로서도 최대의 관심사다.

정부도 한시바삐 적자를 줄이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정부는 원래 내년도 경상수지적자를 1백억달러 미만으로 축소한다는 계획이었으나 IMF지원아래서는 50억달러미만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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