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언니 살해 혐의 재미교포에 "유죄" 평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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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일란성 쌍둥이 언니를 살해한 뒤 언니행세를 하려 했다는 혐의를 받아온 재미교포 지나 한 (23.한국명 한진영)에게 유죄평결이 내려졌다.

미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지법 '쌍둥이자매 재판' 의 배심원단은 20일 지나 한에게 살인공모. 가택침입. 강제구금등 모두 6개 혐의에 대해 유죄평결을 내렸다.

이에따라 지나 한은 여섯가지 죄목을 모두 합할 경우 최소 징역 40년에서 최고 종신형까지 처해지게 됐다.

범행에 가담했던 공범 2명들도 유죄가 평결돼 이들 역시 26년에서 종신형까지의 징역형을 선고받게 됐다.

지나 한에 대한 선고공판은 내년 1월16일 열리며 25만달러의 보석금이 책정됐다.

지나 한의 변호인측은 이번 평결에 불복, 항소할 뜻을 밝혔다.

이날 법정에 나온 지나 한은 연회색 투피스 정장을 입고 비교적 여유를 보이려 했으나 긴장된 표정이 역력했다.

지나 한은 처음엔 표정에 변화가 없었으나 적용된 혐의들에 대해 차례로 유죄가 평결되자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구치소에서 사귄 한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무죄로 풀려나올 것으로 믿는다" 며 석방되면 옷가게에서 일하며 대학에 가겠다고 밝히는등 재판결과를 낙관해 왔었다.

그녀의 언니 서니 한은 이날 평결에 불참했다.

이에 대해 일부 한인들은 서니 한이 "동생이 그럴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고 증언한 점등을 들어 동생의 무죄를 기대했다가 유죄평결이 확실시되자 충격이 컸기 때문일 것이라고 동정을 표했다.

쌍둥이자매의 불행은 불우한 생활환경에서 이미 그 싹이 텄던 것으로 보인다.

두 자매가 어머니와 함께 미국으로 이민온 것은 이들이 12세때인 지난 86년. 어머니가 이들 자매를 돌보지 않는 바람에 자매는 샌디에이고에 있는 친척들의 도움으로 고등학교를 마쳐야 했고 대학에도 진학했다.

고교졸업때는 불우한 가정환경에도 불구하고 자매가 공동수석을 차지할 정도로 우수함을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 5월 동생이 언니의 신용카드를 훔쳤고 언니가 이를 경찰에 신고, 구속되면서 자매간의 불화가 싹트기 시작했다.

급기야 지나 한은 지난해 11월 절도혐의로 수감중 외출한 틈을 타 어빈에 있는 언니의 집에 들어가 공범 2명과 함께 총으로 살해위협을 가하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체포됐다.

쌍둥이 자매간의 재판은 그동안 비극적인 갈등을 다룬 드라마적인 성격이 짙다는 점에서 OJ 심슨 재판에 이어 전세계적으로 언론들의 주목을 끌어왔다.

LA지사 = 김도형.유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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