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60명 통가서 사기극…"바닷물로 천연가스 만들어주겠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한국인 60여명이 지난해 남태평양 도서국가인 통가의 국왕에게 사기행각을 벌이며 극진한 대접을 받은 사실이 20일 뒤늦게 밝혀졌다.

바에아 통가 총리는 최근 호주 캔버라에서 발간되는 뉴스레터 '퍼시픽 리포트' 지의 회견에서 이들이 가짜 상을 수여하고 바닷물을 천연가스로 전환하는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약속하는등 사기행각을 벌였다고 피해사실을 밝혔다.

바에아 총리에 따르면 사기단의 리더는 '신학박사 한민수' 와 '박사 박준구' 라는 이름의 사람들로 '한국평화봉사단' 과 '세계평화상 위원회' 라는 유령단체를 들먹여 사기행각을 벌였다.

통가측이 사기에 걸려든 계기는 지난해 바에아 총리가 이끄는 통가 사절단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사기단은 바에아 총리일행에게 바닷물을 천연가스로 만든다는 '설비' 를 보여주며 통가에 공장을 세우고 싶다고 제의, 미끼를 던졌다는 것. 통가측은 당시 이들을 '거국적' 으로 맞아 공장부지 제공은 물론 성대한 기공식을 가졌으며 총리 지시아래 퍼레이드까지 벌였다.

또 통가국왕은 이들이 주재하는 예배에 참석하기도 했으며 사기단은 정부가 소유한 인터내셔널 데이트라인 호텔에 묵기도 했다.

사기행각의 마수는 국왕에게도 뻗쳤다.

기발한 구상에 관심이 높은 타우파하우 투포우 4세 (78) 는 사기단들이 주는 '세계평화상 - 하베스터상' 수여식에 흰색 군복 정장차림으로 참석했다.

사기단들은 현지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왕이 '범죄없는 국가를 건설하고 자연을 오염시키지 않은 공로' 를 인정, 수여케되는 것이라며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과 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총리등이 역대 수상자였다고 속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