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회장 사건 세종증권 비리 복사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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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세종증권 비리 수사 때도 사위가 ‘키맨’으로 등장한다. 노건평씨 등은 세종증권 측으로부터 받은 30억원을 노 전 대통령의 고교 동창 정화삼(62·구속)씨 사위인 이모(34)씨의 명의를 이용해 세탁했다. 30억원의 일부인 15억원대의 자금으로 성인 오락실 사업을 할 때 부동산은 이씨의 이름으로 등기했다.

이씨가 직접 김해시에 내려와 부동산 매매 계약을 하기도 했다. 검은 돈은 이씨의 계좌를 통해 이동했다. 모 대학 총학생회장 출신에 청와대 행정관을 지낸 이씨가 장인과 노건평씨 비리 공모에 ‘수족’이 된 것이다. 대검 중수부가 노건평씨 사위 연씨의 자금에 주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연씨는 500만 달러를 버진아일랜드의 창업투자 회사로 송금했다. 조세회피처에 세운 ‘타나도 인베스트먼트’라는 회사다. 검찰은 이 회사가 어디에, 어떻게 투자를 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노 전 대통령과 상관없는 단순한 투자”라는 연씨 측 주장이 사실인지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검찰은 회사의 실소유주가 누구인지도 따져볼 계획이다.

검찰은 연씨가 세운 회사가 정대근 전 농협중앙회장 수사에서 등장한 투자자문 회사 IFK와 비슷한 역할을 한 것인지 의심하고 있다. 정 전 회장은 세종증권 측이 건넨 뇌물 50억원을 IFK라는 회사를 통해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 전 회장은 “자문수수료”라고 주장을 했지만 검찰은 뇌물로 판단했다. IFK에서 운용한 돈은 정 전 회장의 것이라고 본 것이다. 검찰은 박 회장의 500만 달러가 자금 세탁을 거친 것으로 판단한다. 500만 달러는 박 회장의 홍콩 현지법인인 APC의 계좌에서 페이퍼 컴퍼니인 JS아시아라는 회사로 이동한 뒤 조세 피난처인 버진아일랜드의 창투사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세종증권 비리에서도 복잡한 돈세탁 과정이 수사 단서가 됐다. 세종증권 측은 뇌물을 건넨 뒤에 정화삼씨 측 부동산에 5억원짜리 가압류를 걸기도 했다. 돈세탁을 하는 과정에 정작 뇌물을 빼돌릴 것을 염려한 것이다. 검찰은 이 가압류의 용도를 확인하면서 노건평씨가 뇌물의 종착지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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