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부족 사태' 업계 스케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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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선경그룹은 다음달 5일부터 4일간 싱가포르에서 최종현 (崔鍾賢) 회장 주재로 '사장단 전략회의' 를 개최하기로 했다가 이를 취소하고 국내에서 개최키로 했다.

선경측은 "달러 부족으로 국가경제 전체가 위기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달러를 한푼이라도 아끼자는 취지에서 회의를 취소하게 됐다" 고 설명했다.

…내수부진으로 내리막길을 걸어왔던 수입차 업체들은 환율상승을 발빠르게 판촉전략으로 활용하고 있다.

크라이슬러.포드등은 올초 낮은 환율로 들여왔던 차들에 대해 환율이 오른 만큼 가격경쟁력이 생기자 대당 3백50만~6백50만원 정도 깎아주거나 무이자 할부판매를 시작했다.

…달러를 팔려는 사람이 없다 보니 달러 현물시장 기능이 사실상 정지된 가운데 정유업체등 달러수요가 많은 업체들은 실수요증명서를 내세워 한국은행에서 매일매일 달러를 배급받고 있다.

SK 관계자는 "당일 상승제한폭까지 오른 비싼 달러라도 현물시장에서 팔려는 사람만 있다면 사겠다" 면서 "시장에서 못사다 보니 한국은행에만 매달려 있는 상태며 만일 한은의 외환보유고가 바닥나면 원유수입을 중단할 수밖에 없을 것" 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항공업계는 환율 급등으로 막대한 환차손과 해외여행객 감소등 2중고를 겪고 있어 환란 (換亂) 의 대표적 피해자가 되고 있다.

해외여행객이 많이 찾는 동남아지역 항공 탑승률은 11월 들어 평균 65%선으로 전년 동기보다 5%포인트가 하락했고 대학생들의 배낭여행과 어학연수가 집중되는 12월의 항공권 예약률도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모두 85%선으로 지난해의 95%보다 크게 떨어졌다.

…수출업체들은 은행들이 외환부족을 이유로 수출환어음 할인을 사실상 중단하자 "수출물량을 하나라도 더 늘려야 달러를 한푼이라도 더 벌어오는데 할인을 안하면 어쩌자는 거냐" 고 강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한 종합상사 외환담당자는 "환어음 할인이 안되면 결국은 신용장으로만 거래해야 한다는 말인데 바이어가 이에 선뜻 응해줄리 없다" 면서 "결국 수출을 포기하라는 말이냐" 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성식.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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