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금융위기 회생엔 5백억∼1천억달러 필요" 외국언론 보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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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국의 외환위기가 일본등 전 세계로 파급될 가능성이 있으며, 그 파장은 태국등 다른 아시아 국가의 경우보다 훨씬 심각할 것이라고 뉴욕 타임스가 18일 (한국시간) 보도했다.

이 신문은 한국 외환당국이 외환보유액의 급속한 고갈로 인해 환율방어 노력을 포기했으며, 이는 한국의 경제난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음을 드러내는 상징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신문은 한국의 금융당국이 구제금융을 받아야 할 필요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음달 대통령선거를 의식해 이를 부인하다가 마침내 위기상황을 인정하기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뉴욕 타임스는 한국은 단기상환 외채규모만 6백70억~7백70억달러에 이르며, 이를 상환할 능력이 있는지 의심받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미 행정부의 한 고위관리는 한국에 대한 구제금융이 필요하다면 그 규모는 놀랄만큼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주 의회의 한 청문회에서 한국의 구제금융과 관련, 경제학자들과 경제전문가들이 추정한 액수는 5백억~1천억달러였다.

이 신문은 세계 11대 교역국인 한국의 경제위기는 지구촌 경제에 동남아 통화위기 때와 비교할 수 없는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제조업 분야의 수출에서 경쟁관계에 있는 일본에 엔화의 평가절하 압력을 가해 결과적으로 미국의 무역적자 급증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

한편 한국경제에 대한 신뢰부족이 외국 투자가들의 대 (對) 한국 투자위축을 촉진함으로써 급기야 금융위기를 초래했다고 미국의 월 스트리트 저널지가 18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서울발로 이같이 보도하면서 "금융감독체계 개편및 경제신뢰 회복 방안으로 제시됐던 금융개혁 법률안이 경제관리들의 공개적 의견대립을 낳아 새로운 불안의 원천이 되고 있다" 고 말했다.

외국투자가들의 한국시장에 대한 신뢰는 금융개혁법안의 통과전망이 불투명하고 한국정부가 외환 보유액을 발표하지 않음으로써 흔들리고 있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신문은 이와함께 "일부 외국은행들이 한국기업등에 신규 대출을 억제하는등 대출마저 줄이고 있다" 고 소개했다.

뉴욕 = 김동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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