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산안 대선 선심성 흔적 역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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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내년 예산안에 대한 국회 심의가 18일로 끝났다.

대통령 임기말.선거전이라는 '대목' 을 맞아 이뤄진 탓에 의원들의 잇속챙기기는 여전했다.

다만 정부안 자체가 유례를 찾기 힘든 초긴축 편성이어서 의원들이 챙길만한 '파이' 자체가 그리 크지 않았을 뿐이다.

국회 예결위는 이날 9백67억원을 순삭감했다.

지난해 2천억원을 순삭감한 것에 비하면 일단 삭감규모자체가 적다.

예결위는 "융자및 출자, 특별회계 전출금등 시급성이 떨어지는 쪽 예산은 삭감하고 사회간접자본 확충과 사회복지 향상 예산은 증액했다" 고 밝혔다.

언뜻 보면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러나 명분은 그럴듯하게 내걸어놓고 속으로는 각당이 생색낼수 있는 예산을 적잖게 새로 배정했다.

물론 대선을 의식한 전형적인 선심성 예산이다.

신한국당은 당정협의에서 광주도심철도 이설 비용으로 1백12억원을 이미 따냈다.

우선 새로 사업을 벌이는 고속도로 구간이 무더기로 늘었다.

이중 전주~순천간 95㎞, 장성~고창간 20㎞, 광주~무안간 43㎞, 춘천~양양간 90㎞등 4개 구간은 사업 타당성 조사를 위해 70억원이 배정됐다.

청주~상주 80㎞등 5개구간 신규착공에 1백25억원, 김천~구미 17㎞등 3개구간 실시설계에 30억원이 잡혔다.

이같은 신규 고속도로에 책정된 돈은 모두 2백25억원. 돈도 돈이지만, 국회 예산심의에서 새로 사업이 추가되는 것은 정부로선 가장 꺼리는 것이다.

재정경제원 고위관계자는 "일단 시작된 공사에 대한 심의는 한결 덜 까다롭다.

게다가 신규 공사를 벌릴수록 그만큼 기존공사 진척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 며 "대선을 의식한 흔적이 역력하다" 고 평가했다.

서민에게 돌아가는 몫도 늘었다.

우선 내년 7월부터 저소득노인에게 매달 3만원씩 지급키로 한 경로연금액이 4백80억원 더 배정됐다.

이만큼 일부 고령자에 대한 경로연금이 더 늘어난다.

탄광근로자 위험수당도 월 3~5만원 인상된다.

6.25 전몰군경 자녀중 저소득자에 대한 지원금액은 월 10만원 (정부안)에서 25만원으로 대폭 늘었다.

이렇게 늘어난 예산이 모두 3천2백41억원. 세입세출을 맞추자니 당연히 다른 곳에 배정된 예산 4천2백9억원을 깎았다.

나머지 (9백68억원) 는 세법개정으로 줄어들 것으로 어림잡았다.

그러나 '임기말 대통령의 무리한 자기지역 챙기기' 로 말이 많았던 부산 가덕도 신항만 공사는 당초 정부안대로 1천8백억원이 그대로 반영됐다.

정당간의 주고받기 흔적이 역력하다.

반면 야당이 늘 문제삼아왔던 관변단체 지원금은 한푼도 깍이지 않았다.

역시 코앞으로 다가온 선거가 눈에 걸렸기 때문이다.

경부고속철도 건설비는 가장 손대기 쉬웠던 항목. 대통령이 누가 되든 다음 정부가 재고할 우선대상이어서 1천억원이 삭감됐다.

이밖에 대외경제협력기금 출연이나 수출입은행 융자등 다른 삭감항목은 전통적인 가위질 대상이라는 평가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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