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시조 백일장 6월] 장원 권성미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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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연시조 '등이 보일 때'로 6월 시조백일장 장원에 오른 권성미(52.서울시 강남구 청담동)씨는 소감을 묻자 "제자들에게 이 사실을 먼저 알려야겠다"고 말했다.

권씨는 지난해 이맘때까지는 중학교에서 생물을 가르치는 교사였다. 자녀들이 대학에 진학하며 집이 서울로 이사오자 학교가 있는 인천까지 출근이 힘들어 눈물을 머금고 20여년 정들었던 직장을 접었다.

한 구석이 텅 비어버린 것처럼 허전하고 아쉬운 심사를 시조 공부로 달랬다.

지난해 말 중앙문화센터 시조교실 목요일 반에 등록해 문학 친구들도 만나고 공들여 쓴 습작을 내보이기도 했다.

권씨가 장원 수상 소식을 알리겠다고 한 제자들은 1984년 담임을 맡았던 친구들이다. 20년이 지나 중학교 3학년이던 제자들은 30대 중반이 됐지만 학창 시절 추억을 잊지 못하고 인터넷에 '권선생님을 사랑하는 제자들'이라는 카페를 만들어 수시로 연락을 주고 받고 있다.

스승의 날이나 명절에, 가끔가다 부부 동반으로도 만나는 사이들이다 보니 권씨의 수상은 스승.제자들의 즐거운 '회동 건수'임이 분명하다.

권씨는 "그런 인기를 누리시는 비결이 뭐냐"고 재차 묻자 "'틈만 나면'일 정도로 유별나게 책 읽는 모습을 보여준 게 아마 어떤 영향을 주지 않았나 싶다"고 수줍게 답했다.

일주일에 몇 권, 한달에 몇 권 하는 식으로 어림잡을 수는 없지만, 책에서 손을 떼지 않는 권씨의 습관은 비교적 빨리 시조의 가능성을 인정받는 데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권씨는 "속마음을 완전히 내보이지 않고 어떤 규율같은 데 가둬둔듯하면서도 보여줄 것은 보여주는 게 시조의 매력인 것 같다"고 말했다. 권씨는 요즘 최명희의 장편소설 '혼불'을 읽고 있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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