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부터 집에서 PC통신을 시작한 주부 文모 (33.서울송파구방이동) 씨는 최근 채팅방에 문을 두드렸다가 적잖은 수모를 당했다.
다짜고짜 "웬 아줌마" 냐는 시비에다 "애는 재웠어요" "남편이 집에 없나 보군요" 등 비아냥거림에 어처구니가 없었다.
뉴스.증권정보.홈 쇼핑.전자우편.동호회 등 처음 접한 가상공간의 세계에 황홀함을 느낀 그녀가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 10대 청소년들의 대화방에 잘못 들어간 것이다.
하지만 '대화의 광장' 이라는 프라자 코너는 아예 '충격' 이었다.
"야, 이 멍청한 깡통아" "참 잘도 뒈졌다" "XX는 걸레보다 못한 놈" "이 창녀 같은 것들아" …. 온갖 비방과 욕설이 판치는 현장을 보고 文씨는 PC통신에서 손을 떼고 말았다.
얼마전에는 PC통신을 즐기던 한 여중생이 "너는 걸레" 라는 말에 충격을 받아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PC통신이 정보화사회의 새로운 의사소통 수단 및 문화공간으로 각광받지만 그 화려함 뒤에는 언어폭력이라는 음침한 곰팡이가 슬고 있다.
현재 국내 PC통신 가입자는 유료 3백만명, 무료 2백만명 등 5백만명. 인구의 12% 이상이 PC통신을 생활의 한 부분으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일부 이용자들이 이 공간을 오염시키고 있다.
반 (半) 익명성 때문에 맘 놓고 떠드는 일그러진 소 영웅심리가 횡행한 탓이다.
지난 9월말까지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적발한 PC통신 불건전 이용건수는 모두 5천1백51건. 이중 욕설이 전체의 54.6% (2천8백12건) 를 차지, 단연 1위로 꼽혔다.
하루 평균 10건씩 욕설이 난무한 셈이다.
때문에 1백39명이 이용을 정지당했고 7백41명은 경고를 받았다.
여성들은 언어폭력에서 도피하기 위해 여성 전용방을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이를 뿌리뽑을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게 문제다.
PC통신사는 모니터 요원을 두고 표현이 지나친 글을 수시로 삭제하지만 끝이 없다.
그렇다고 법적으로 제재를 가하기도 쉽지 않다.
심지어 문제를 일으킨 가상공간의 불순한 논객 (?) 이 스타가 되는 경우마저 있다.
이 때문에 천리안.하이텔.유니텔.나우누리 등에는 바른통신을 위한 모임이 결성돼 이용자들 스스로가 욕설 추방에 나섰다.
여기에 가정과 학교에서 네티즌들, 특히 청소년들에 대한 윤리교육이 덧붙여진다면 가상공간은 '말의 향연' 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김종윤 기자
◇ 도움말 = ▶이영규 (李永圭.50.정보통신윤리위원회 사무국장) ▶김옥순 (金玉順.42.청소년문화연구소 실장) ▶이규남 (李圭南.37.삼성SDS유니텔 고객지원팀장) ▶이상규 (李相珪.35.한국통신 사설게시판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