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해저에 광케이블 7개…국내업체 5만5천여 회선 확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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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지난 6일 부산~일본간 해저 광케이블 절단으로 인해 빚어진 인터넷 정보대란은 보이지 않는 바닷속 정보고속도로의 존재를 새삼 일깨워 준 계기가 됐다.

정보 유통의 대동맥이라 할 해저 광케이블 절단은 정보화사회의 혈액순환을 한 순간에 멎게하는 무서운 결과를 낳는다는 것을 보여준 것. 한국을 중심으로 한 해저 광케이블 부설 현황과 이들 광케이블이 실어나르는 정보의 종류와 양 (量) , 그리고 또 하나의 정보고속도로로 떠오른 위성과의 비교를 통해 국제통신로를 점검해본다.

편집자

◇ 해저 광케이블 현황 = 한국을 중심으로 태평양 바다 속에는 현재 제1해저케이블 부터 99년 완공목표로 건설중인 제7해저케이블까지 7개의 '정보고속도로' 가 있다.

한국통신이 운용중인 광케이블회선은 2만7천여회선으로 한꺼번에 2만7천여명이 동시에 국제전화를 할 수 있는 규모다.

한국통신은 이밖에도 유럽.남미등 해외 해저광케이블 건설에 참여, 25개 케이블, 1만1천회선을 확보하고 있다.

데이콤도 독자적으로 한국통신과 같은 7개 케이블등에 1만7천여회선을 확보, 국제전화등에 운용하고 있다.

한국와 미국 사이의 통신회선 수요가 현재 이들 해저 광케이블 용량의 네배를 초과했지만 외국 업체로 부터 더 이상 추가 회선확보가 불가능한 상태다.

그만큼 바다속 정보고속도로는 심각한 체증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 절단사고가 난 것은 총연장 1만2천㎞의 제5국제해저광케이블 APCN으로 한국~일본~홍콩~인도네시아등 9개국을 잇는 핵심 해저광케이블이다.

현재까지 개통된 해저광케이블중 전송용량 5Gbps로 최대 규모다.

APCN은 한국의 부산과 일본 미야자키를 연결, 다시 태평양상의 TPC - 5라인과 연결돼 위쪽으로는 일본 니나미야를 거쳐 북미 쿠스베이로, 아래쪽으로는 괌과 하와이를 거쳐 다시 쿠스베이로 연결된다.

이들 해저 광케이블망은 국제전화와 기업전용회선및 인터넷등 데이터통신등에 활용되고 있다.

또 무궁화위성을 비롯, 2개의 외국위성을 통해서도 각종 통신이 이루어지고 있다.

◇ 광 케이블 건설계획 = 현재 활용되고 있는 해저 광케이블망 외에 2개의 광케이블망 건설에 국내 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새로 건설되는 광케이블망은 지금 운용되고 있는 것들과는 달리 순환 (循環) 형으로 설계돼 회선이 사고로 끊어지면 반대쪽으로 연결돼 통신중단사태를 원천 봉쇄하도록 설계됐다.

태평양 해저 광케이블 구축에 나선 국내 업체는 국내 통신업계 터줏대감격인 한국통신 (사장 李啓徹) 과 신생업체 한솔텔레콤 (대표 蘇鎭和) . 한국통신은 올초 미국 AT&T.MCI.스프린트와 중국 차이나텔레콤, 일본NTT.KDD 등 각국의 내로라하는 14개 통신업체들과 함께 13억달러를 투입해 99년말 개통 목표로 태평양 제8국제해저케이블을 구축할 예정이다.

이 사업은 통신량이 가장 많은 미국과 직접 연결되는 첫 해저 광케이블이다.

사업규모도 전세계 해저 광케이블 가운데 최대인 1백만명이 동시에 통화할 수 있는 80Gbps급 (1백만회선) 으로 한국통신이 이중 20Gbps를 운용할 계획이다. 한솔텔레콤도 최근 아.태지역 초고속 정보통신기반 해저케이블 (APII) 사업계획을 발표하고 미.일 등 통신업체들을 대상으로 컨소시엄 구성에 나섰다.

APII계획은 2000년까지 10억달러의 공사비를 투입, 80Gbps 97만회선의 해저 광케이블로 한국과 미국을 직접 연결하는 야심찬 사업이다.

한솔텔레콤은 성미전자.대한전선등 통신기기업체를 비롯, SK텔레콤.데이콤.지엔지 등 통신서비스업체들과 구체적으로 협의중이다.

이들 두개의 광 케이블망은 언제 닥칠지 모르는 남북통일시대의 폭발적인 정보통신 수요에 대비하고 동북아시아 통신 허브 (중심지) 로 발돋음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다는 점에서도 그 의미는 적지 않다.

정보통신부 공종렬 (孔宗烈) 정보화기반심의관은 "국제통신 회선을 둘러싼 경쟁은 가격인하와 품질향상이란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그간 미.일 업체들이 폭리를 취해온 해저 케이블시장에 국내 업체들이 진출하는 것은 통일시대와 중국등 동북아시장을 선점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고 지적했다.

◇ 해저 광케이블과 위성 = 정지궤도에 떠 있는 국제위성기구 (인텔샛) 의 위성들도 한반도를 전세계와 잇는 중요한 신경망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주로 인도양과 태평양상에 떠있는 인텔샛 위성을 이용하고 있다.

한국통신은 현재 케이블과 위성의 통신비율을 6대4 정도로 국제회선을 운용하고 있다.

한편 국내 삼성전자와 현대전자등 민간기업들도 지난7 월 위성을 활용한 회선설비 임대을 위한 가허가를 받는등 잇달아 위성통신사업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 휴즈사가 추진하는 스페이스웨이의 아시아 태평양지역 사업체에 5~10% 정도의 지분 참여키로 했으며 현대전자는 독자 위성을 발사, 국내 지상설비와 연계해 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이형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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