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결혼해요!] 장거리 연애 7년 만에 결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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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처음 만난 건 2002년 여름이었다. 친구의 소개로 알고 지냈지만 그녀는 대구, 난 천안. 좀처럼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작정을 하고 처음 만나기로 한 날, 설레는 마음으로 그 날을 기다렸다.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라는 게 이 때를 말하는 거였던가? 갑자기 사고를 당해 온 몸이 멍 투성이가 됐고 꼼짝없이 병원신세를 져야 했다. 그렇게 그녀와의 만남이 물거품이 돼버렸다. 아니 그런 줄 알았다. 할 수 없이 상황을 전하려고 전화를 해 무조건 미안하다고 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 그녀가 케이크를 사 들고 대구에서 천안까지 병문안을 온 게 아닌가? 그렇게 우린 병실에서 처음 만났고 멀리까지 와준 그녀에게 난 소위 ‘뻑(?)’이 갔다. 그녀의 마음을 한시라도 빨리 붙잡고 싶어서(잠시 온 몸에 멍이 든 채로 누워 있던 내 꼴을 잊은 채로) 염치불구하고 먼저 사귀자고 했다. 볼이 빨개진 그녀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그렇게 우리의 장거리연애가 시작됐다.

비록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대구와 천안을 오가며 데이트를 했고 그 해 12월에 난 군대(강원도)에 입대하고 그녀는 제주도의 호텔에 취직하게 됐다.

군 생활을 하면서 자주 편지와 전화로 연락하고 지냈지만 막상 전역 후 복학하게 되면서 천안에서 제주도까지의 장거리 연애를 이어가지 못하고 그렇게 헤어졌다. 가끔씩 서로 안부를 물으며 좋은 친구 사이로 지냈다. 그러다 2년 전쯤 그녀는 다시 대구로 올라왔고 우리 사이는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오랫동안 만나지 못해 서로 어색할 것 같았지만 막상 만나보니 마치 어제도 만났던 친구처럼 편안하고 좋았다.

영화도 보고 밥도 먹고 드라이브도 하고 그녀가 카지노 딜러라는 특이한 직업을 가져서인지 조용한 커피숍에서 카드게임도 하면서 그렇게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처음으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이 모든 게 너무 좋았고 행복했다.

그 간의 이야기를 가장 친한 친구에게 말을 했다. 친구는 “세상에 자기 인연은 꼭 한 명이 있다고 하는데 너희 둘이 그런 인연인가 봐. 앞으로 둘이 좋은 일이 있었으면 좋겠다”며 격려해줬고 난 더욱 용기를 얻었다. 그녀를 처음 봤을 때보다 다음에 봤을 때 더 좋았고 그 다음 번에는 더 좋아지고 그렇게 내 마음속에 그녀가 가득 채워져 갔다. 용기를 내서 나는 손을 내밀었고 그녀는 내 손을 잡아줬고 우리는 결혼하기로 했다. 결혼을 앞두고 있지만 학생신분인지라 그녀에게 항상 미안하고 이런 나를 누구보다 이해해주는 그녀가 감사할 뿐이다. “당장은 세상에서 가장 비싸고 좋은 것들은 못 해주지만 그보다 큰 사랑과 영원히 변치 않을 마음을 줄게! 나랑 결혼해줘서 정말 고마워. 사랑해 지은아!”

글=신랑 유희진



신 랑 : 유희진

신 부 : 서지은

일 시 : 2009년 4월18일 낮 1시

예식장 : 드라마 웨딩홀(523-3000)

신랑 부모 : 부 유성무 모 강점수

신부 부모 : 부 서대근 모 박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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