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토론 세후보 약점…'드러난 아킬레스건' 처방 부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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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4일 끝난 TV토론에서는 남은 선거기간중 쟁점이 될만한 주요 후보들의 약점이 집중 부각됐다.

유례없는 시청률로 엄청나게 많은 유권자들이 후보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꼼꼼히 지켜본 것으로 나타나 여간 부담스러운게 아니다.

이제 전국수준의 방송토론은 선거공고일 (26일) 이후 세후보 합동토론, 혹은 1대1의 릴레이식 토론이 남아 있다.

막판 대세가 결국 여기서 갈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신한국당 이회창후보는 비자금설 폭로의 적법성이 집중 공격을 받았다.

李후보는 답변에서 자료공개의 불가피성을 거듭 역설했다.

비자금설을 뒷받침하는 구체적 자료가 수집된 만큼 진실규명을 위해 공개할 수밖에 없었다는 논리였다.

반면 자료 입수경로는 답변을 피해 의문의 여지를 남겼다.

신한국당측은 가장 만족스런 평가를 했다.

윤원중 (尹源重) 비서실부실장은 "가뭄속 단비와 수능시험을 걱정하는등 평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여유와 자신감을 회복했다" 고 말했다.

이회창후보측은 합동토론이나 1대1토론에선 후보들이 모두 서서 토론하자고 제안할 방침이다.

김대중후보의 건강을 겨냥한 것이다.

국민회의 김대중후보는 지난 13일 토론회에서 새로 건강문제라는 복병을 만났다.

한쪽 귀에 보청기를 끼고 있다는 사실도 공개됐다.

그러나 金후보의 반격도 공격적이었다.

그는 "후보등록후 건강진단 결과를 공개하겠다" 고 말했다.

개인일정을 적은 수첩까지 내보이며 "건강에 이상이 있다면 어떻게 이 많은 일정을 소화할 수 있겠느냐" 고 반문했다.

김한길 TV대책단장은 "내각제 연대와 경제문제에 대한 답변이 탁월했다" 고 자평했다.

다만 "토론회 당일 사전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출연하는 바람에 목소리가 다소 갈라지고 쇳소리가 난 미비점이 발견됐다" 며 '건강관리' 에 각별히 신경쓸 것임을 밝혔다.

국민신당 이인제 (李仁濟) 후보는 청와대 지원설이 도마 위에 올랐다.

패널리스트들은 전방위로 이 문제를 물고 늘어졌다.

李후보는 김현철 (金賢哲) 씨 인맥의 일부가 신당에서 일하고 있음을 인정했다.

하지만 李후보 역시 "청와대와 대통령이 지원했다면 신한국당 의원들의 입당이 8명에서 그쳤겠느냐" 는 정황론을 들어 자신을 변호했다.

청와대 지원설과 함께 경선불복 문제도 예외없이 그를 괴롭히는 아킬레스건이었다.

신당측은 "패널들이 이인제후보만 악의적으로 집중 공격했다" 고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나 "언론에 제대로 해명되지 않았던 김영삼 (金泳三) 대통령의 신당지원설을 분명하고 당당하게 반박한 것은 성과였다" 고 말했다.

이번 토론회의 시청률은 김대중.이회창.이인제후보가 각각 38%.36%.37.5%로 집계됐다.

20%선 미만이었던 시청률이 이렇게 급상승한데는 '위장후보' 가 탈락하고 '진짜후보' 만 남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임박한 선거분위기가 반영됐다고도 한다.

세후보 모두 합동토론에 적극 의욕을 보이고 있다.

김대중후보는 건강과 '북풍 (北風)' 의 두 변수를 중시하며 준비된 정책제시에 승부를 걸겠다는 방침이다.

이회창후보는 상대방을 비난하는 네거티브 공격보다는 자신감을 바탕으로한 정책대결을 벌이겠다는 태세다.

다만 김대중후보의 건강문제등 아킬레스건은 안건드릴 수 없다는 복안이다.

이인제후보는 자신은 '강력한 지도자의 이미지' 를 선호하는데 "그러다보니 부드럽고 여유있는 모습이 가려진다" 는 약점이 제기돼 보완책을 마련중이다.

전영기.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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