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규 신임 헌정회 회장 “국회의원 경험 담은 목소리로 정부·국회 비판하고 칭찬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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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가 어렵다. 원로들의 강한 목소리가 필요하다.”

대한민국헌정회 양정규(사진) 신임회장의 포부다. 그는 지난달 24일 전직 국회의원들의 모임인 헌정회에서 처음으로 회원들의 직접선거로 회장에 뽑혔다. 초대 곽상훈 회장부터 전임인 15대 이철승 회장까지는 간선이었다.

그는 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원로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직 국회의원 출신의 인재들이 그대로 있다는 건 국가적 손실”이라며 “우리도 경험을 살려 무언가 해보려고 발버둥치려고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첫 직선 회장으로서 소감은.

“헌정회란 게 전직 대통령부터 전직 국회의장, 총리까지 국회의원을 했던 분은 다 모여있다. 인적 자산을 봐선 최고의 싱크탱크다. 이 나라의 정치에 참여했던 원로 중의 원로들의 모임인데 이 모임의 목소리가 국민에게도, 정부에게도 알려지지 않았다. 나라가 어려운 때 아주 무게 있는 목소리를 내도록 노력하고자 한다.”

-이명박 정부가 원로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다고 비판한 적 있다.

“정부만이 아니라 국회에도 원로가 없으니 제대로 안 되는 것 같다.”

-목소리를 낼 구체적인 방안은.

“시시콜콜하게 일일이 개입하겠다는 건 아니다. 국가적인 중대사에 대해선 우리 나름의 판단 기준을 가지고 (정부나 국회가) 잘하면 칭찬하고 못하면 강하게 비판하다 보면 우리 말에도 귀 기울이게 될 거다.”

-일부 헌정회원이 생활고를 겪고 있다고 들었다.

“연로한 분들 중에 건강진단도 못 받는 경우도 있다. 제도적 예우가 필요하지 않은가 싶다. 국회도 욕을 먹어 과거 정치한 분도 따라서 욕을 먹는다. 하지만, 이들 중 국가를 위해 헌신적으로 일한 분이 많다.”

양 회장은 34세에 국회(7대)에 입성해 9, 12, 14∼16대까지 6선을 했다. 한국권투위원회 회장, 한나라당 부총재를 지내면서 리더십을 발휘, ‘두목’이란 별명이 붙기도 했다.

그는 17대 총선을 앞두고 1997년과 2002년 대선에서 패배한 책임을 지겠다는 의미에서 불출마 선언을 했고 10여 명의 중진이 그의 뒤를 따랐다. 이들과는 ‘함덕회’란 모임을 꾸려 지금껏 매달 한 차례 만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는 물론,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의원과도 가깝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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