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앙코르 10번 이상 받아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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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16곡을 앙코르로 연주한 것이 최대 기록이다.”

내한 독주회를 하루 앞둔 러시아 출신 피아니스트 예프게니 키신(38·사진)이 앙코르 연주를 기대하는 청중에게 전한 말이다. 10세에 정식 데뷔한 뒤 ‘신동’ ‘천재’란 찬사와 함께 성장한 그는 2006년 첫 한국 무대에서 본연주 외에 무려 1시간에 걸쳐 10곡의 앙코르를 선사했다. 연주회의 ‘메인 코스’인 정규 프로그램 못지 않은 성대한 ‘디저트’였다. 음악회에서는 통상 2~3곡을 앙코르로 연주한다. 키신이 3년 만인 두 번째 내한에서 당시 기록을 깰지가 관심사다.

1일 기자회견에서 키신은 “보통 3~4곡을 준비하고, 당일 청중의 반응에 따라 앙코르를 이어가는 것”이라며 “그때그때 기억나는 곡을 즉흥적으로 연주한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 한번 들은 곡을 즉석에서 외워 연주하면서 주목을 받았던, 천부적 재능의 연주자다운 말이다.

키신은 그러나 “어릴 때와 비교해보면 연주하기가 점점 어려워진다”고 털어놨다. “해가 갈수록 도달하고 싶은 지점이 높아지고, 능력이 생길수록 원하는 것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한 해에 전세계를 돌며 평균 40~45회의 연주회를 여는 그는 “완벽한 컨디션 조절을 위해 공연 횟수를 제한한다”는 원칙도 밝혔다. 올 1월 티켓 판매 5시간 만에 전석 매진을 기록한 키신은 2일 저녁 8시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프로코피예프의 소나타 8번과 쇼팽의 마주르카 3개 작품 등을 연주한다.

글=김호정 기자, 사진=크레디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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