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철의 중국산책] 한중관계의 4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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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소 다로 일본 총리와 악수하는 리창춘 중국 정치국 상무위원

서울의 중국 친구들이 바쁩니다.
4일부터 3박4일 동안
제주와 울산을 거쳐 서울을 찾는
리창춘 정치국 상무위원 맞이에 다들 분주한 모양입니다.

언론과 선전 담당의 리창춘 위원 방한은
호주와 미얀마, 일본을 거친뒤의 마지막 여정입니다.

군사독재 국가인 미얀마를 제외한
호주와 일본에서 그의 행적이 어땠는가를 살펴봤습니다.
주로 그의 말을 통해서지요.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세계금융위기에 대한 중국의 대응 설명입니다.
물론 양국 관계를 더욱 발전시켜 나가자는 말은 으례 따르구요.

한 가지 눈에 띄는 건
그가 '인문 교류'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케빈 러드 호주 총리와의 회담에서
리창춘 위원은 '중국-호주' 간의 인문교류 확대를 주장했습니다.
양국 인민의 이해와 우의를 증진시키자면서
2010년 상하이 엑스포에 더 많은 호주 사람들이 와 줄 것을 희망하는
'호주에 중국을 파는' 세일즈 외교도 빠뜨리지 않았구요.

일본에선 더욱 더 인문교류를 주장했습니다.
아소 다로 일본 총리와의 회담에서
중일 관계 발전을 위한 4가지 건의 사항을 언급하며 그 중 하나로
'인문교류를 크게 강화해 민간우호 증진에 노력하자'고 한 게 그것이지요.

일본 주요 언론사 간부들과의 회견에서
중일 인문교류를 강조한 데 이어
일본 내 중일 우호 7개 단체와의 만남에서도
중일 양국 국민 간의 심리거리를 좁히자고 주장했구요.

아마 리창춘 위원은
한국에 와서도 이 '인문교류' 레퍼토리를 반복할 것 같습니다.
그 목적은 양국 국민 간의 우호적 감정을 증진시키려는 것이겠지요.

헌데 그게 말로만 되는 일이겠습니까.
핑위중(憑玉忠) 랴오닝대 교수는 1996년 출간한 저서
'내가 보는 한국'(我看韓國)에서 한중 간의 4근(近)을 언급한바 있습니다.

그는 한중 관계의 가장 큰 특색으로
'역사가 가깝고, 문화가 가깝고, 지리가 가까우며,
감정도 가깝다'(歷史近 文化近 地理近 感情近)는 4근을 꼽았지요.

그 때만 해도
한중 간 역사전쟁으로까지 표현될
동북공정 문제가 제기된 싯점은 아니었지요.

이번 호주-미얀마-일본-한국 4개국 방문의 키워드로
'인문교류'를 강조하고 있는 리창춘 위원이
귀로에 들른 한국에서는 이 인문교류를 어떻게 강조할지 지켜보기로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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