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진실 외면한 힘겨루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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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13일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 소위의 형사소송법 개정안 통과에 대해 일선법관들이 반발하고 나서는 등 영장실질 심사제도를 둘러싼 법원과 검찰간의 대립 양상이 또다른 고비를 맞고 있다.

특히 대법원은 소위 의결 직후 공식으로 반대 성명까지 내고 있어 결과가 크게 주목되고 있다.

아직 법사위 전체회의와 본회의 의결이란 절차가 남아있지만 관행으로 보아 개정안은 그대로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구속영장이 청구된 피의자에 대한 판사의 사전심문을 피의자 본인이나 가족들의 요청이 있는 경우로 제한하는 문제다.

이는 원안보다 완화되기는 했지만 검찰측의 입장을 상당부분 수용한 것이다.

두 기관은 올해초부터 실시된 영장실질심사제의 운용을 놓고 사사건건 대립해 왔다.

검찰은 "절차를 따르느라 수사진행에 막대한 차질을 빚고 있다" 며 수사효율의 문제를 제기했고 법원은 "인신구속에 대한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 이라는 인권보호 문제를 들고 나왔다.

하지만 두 기관이 서로 상대방의 논리를 공박하기에 바빴을 뿐 서로 머리를 맞대고 국민을 위한 개선안을 도출하려는 노력을 소홀히 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일이다.

결국 당사자격인 양측이 비생산적 논쟁에 치중하는 동안 국회가 의원입법 형식으로 대안을 내놓은 것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80%선을 넘나들던 심문비율이 대폭 낮아질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법원측은 개정안이 통과되면 수사기관이 피의자에게 심문을 포기하도록 강요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또한 변호사를 선임한 피의자가 적극적으로 심문을 요청할 것이 틀림없어 자칫 '유전 (有錢) 심문, 무전 (無錢) 불심문' 의 현상이 빚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현실이다.

만에 하나 법원의 우려가 사실로 나타난다면 이는 '사법정의' 를 크게 거스르는 일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어느 쪽 의견이 옳은지 진실은 하나다.

궁극적으로는 '실체적 진실' 발견을 목표로 하는 두 법률 기관이 하나의 진실을 놓고 상반된 의견을 주장하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모순이다.

법원과 검찰은 지금부터라도 서로 협력해 '인권신장' 이란 제도의 취지를 살리면서 동시에 수사의 효율성도 높이는 길을 찾는 것이 현명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판사와 검사가 서로 권세 확장을 위해 신경을 곤두세우며 힘겨루기를 하는 볼썽 사나운 모습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결코 곱지 않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예영준 사회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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