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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니?” 물었다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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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左의 스트레스를 풀어주기 위해 팔을 걷은 류헌씨. 철봉에 올라 힘을 써본다 [황정옥 기자]

‘공부 개조 프로젝트’ 첫 회 기사가 나갔던 지난달 18일. 새벽 5시37분 프로젝트팀 앞으로 e-메일이 왔다. 신청 사연을 보내온 이는 류대웅(16·태장고1)군의 아버지 류헌(47·수원시 영통구)씨. e-메일을 보낸 첫번째 아빠 신청자였다. 공부에 관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아낌없이 뒷바라지했지만 아들의 성적은 하향 곡선을 그렸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알 수 없다”며 진단을 요청했다.

프로젝트팀은 먼저 대웅이의 현재 생활시간표부터 지적했다. 대웅이는 평일 학교에서 수업 후 저녁 10시까지 야간자율학습을 한다. 그런 다음 집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요일별로 수학·영어·사회 학원에 가서 새벽 1시까지 수업을 듣는다. 귀가해 잠드는 것은 보통 새벽 1시30분. 주말에도 수학·과학·영어 학원 수업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대웅이는 중학교 때도 학원이나 과외 없이 지내본 적이 없다. 박재원 행복한공부연구소 소장은 “검사 결과 대웅이의 공부 피로감이 상당히 높게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김종곤 교사는 “영통 지역의 교육 환경상 분위기에 휩쓸려 학원에 보내는 학부모가 많다”며 “대웅이도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학원에 의지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에 어머니 이연희(46)씨와 대웅이는 “맞다”고 수긍했다. 아버지 류씨는 “일 때문에 가족이 포르투갈에서 5년 간 지낸 뒤 2000년에 귀국했다”며 “사교육으로 부족한 공부를 채워주려 했던 게 역효과를 낸 것 같다”고 말했다.

프로젝트팀은 대웅이가 공부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된 원인으로 ‘타율적인 학습’을 꼽았다. “공부만 잘하면 백점인데…”라는 부모님의 아쉬움 앞에 대웅이는 작아질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속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는 대신 부모님이 제시하는 방향대로 따랐던 것. 대웅이네는 공부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에 TV를 없애 보기도 하고, 침실의 책상을 옮겨 공부방을 따로 꾸미기도 하고, 아버지가 신문 기사를 대신 스크랩해 주기도 했다. 박 소장은 “그러나 그것들이 과연 대웅이가 원하는 것이었는지가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대학생 멘토 전히라씨도 “부모님의 공부에 대한 ‘관심’이 학생에겐 ‘압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소장은 대웅이에게 불쑥 “행복하냐”고 물었다. 대웅이는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고3까지 어떻게 공부를 해나갈지 답답하다”는 것이었다. 어머니 이씨는 “대웅이의 성적이 거의 포기 상태”라고 털어놨다. 프로젝트팀은 “대웅이 자신은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고 힘주어 말했다. “해결책을 찾아 함께 노력하면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입을 모았다.

글=최은혜 기자
사진=황정옥 기자


4월 프로젝트 이렇게 진행합니다

3월 18일 시작된 ‘공부 개조 프로젝트’가 2주 동안 진행됐습니다. 중앙일보가 독자 여러분 자녀의 학업 고민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리기 위해 시작한 이번 기획에 대해 독자들께서 뜨거운 반응을 보여주셨습니다. 1600여 명이 신청해 주셨습니다. 프로젝트 팀은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프로젝트 팀은 1600여 명이 보내주신 신청 e-메일 내용, 설문지 등을 면밀히 분석했습니다. 그런 다음 4월 둘째 주부터 다섯째 주까지 지면을 통해 실시할 공부 개조 프로젝트 대상자를 선별했습니다. 명단은 다음과 같습니다.

4월 대상자 (이름은 신청자의 e-메일 ID)
동해(고2 어머니) / 작은 연못(고1 아버지) / LEE DAE KYU(중2 아버지) / 김민제(고2학생)

선정 기준은 참여 열의였으며, 소외계층 등에 대한 우선 배려 원칙도 적용됐습니다. 이달 30일엔 5월 프로젝트 진행 대상자 명단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지면에 소개되지 못하는 대부분의 신청자를 위한 프로그램도 준비돼 있습니다. 프로젝트팀은 인터넷 홈페이지를 구축해 공부법 전문가, 공교육 교사, 학원 강사, 상담 전문가, 의사, 대학생 멘토 등과 1대1로 연결하는 기회를 제공할 것입니다. 오프라인 집단 상담, 학부모 교육 등도 예정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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