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급등 항공업계 3중고…해외여행 자제 면세품 판매도 감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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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최근 환율급등으로 해외여행.쇼핑 자제 풍조가 생기면서 항공업계가 탑승객 감소에 기내면세품 판매 부진까지 겹쳐 걱정하고 있다.

이미 외상으로 해외서 사온 항공기때문에 막대한 환차손을 입고 있는 항공사들의 수입마저 엎친데 덮친격으로 줄고 있는 것이다.

대한항공의 국제선 탑승률은 9월 71.3%, 10월 72%로 지난해 같은달에 비해 2~3%포인트씩 줄어들었으며 아시아나항공도 지난해에 비해 탑승률이 3~4% 포인트씩 줄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두자리수 이상 증가세를 보였던 내국인 출국자수가 올들어서는 3% 증가에 머물렀다" 며 "환율급등에 따른 여행경비 부담 증가가 국제선 탑승객 감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고 말했다.

노스웨스트등 국내에 진출한 외국항공사들도 원화가 강세를 보였던 95년 국내에서 판매하는 국제선 요금 산정기준을 원화로 통일하는 바람에 환차손을 톡톡이 겪고 있다.

국제선 기내에서의 면세품 판매량도 대한항공의 경우 올들어 10월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6.5%가 줄었다.

아시아나항공도 이달들어 기내면세품 판매 감소세가 현저해 10월보다 10%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양 항공사는 이달 들어서 면세품 가격을 달러당 9백60원으로 고시하는 바람에 원화로 구입하는 승객에 대해서는 고스란히 환율 차이만큼 손해를 보고 있다.

이같은 추세속에 최근 국제선 탑승객들 사이에서는 면세품 구매성향도 바뀌어가고 있다.

외제면세품보다 국산품을 사려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으며 물건값도 달러대신 원화로 내려는 경향이 늘고 있다.

이때문에 원화로 구입할 경우 시중가격보다 30%정도 저렴한 ㈜태평양의 눈주름 제거 화장품인 '아이오페 레티놀2500' 은 최근 내로라하는 외국산화장품들을 제치고 기내판매 1위품목을 차지하기도 했다.

해외여행객들이 비행기안에서 많이 찾아온 양주도 50달러 이하의 상대적으로 저렴한 위스키를 선호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 국제선 승무원들의 전언이다.

아시아나항공의 관계자는 "환율이 올라갈수록 카드보다는 현금, 달러보다는 원화로 결제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에 요즘에는 기내에서도 면세품가격을 계산기로 두들겨보는 손님들이 늘고있다" 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이처럼 환율급등에 따른 손해가 늘어나자 매달 한차례씩 고시하는 기내 면세품 가격을 매주 단위로 바꾸기로 했다.

아시아나항공은 면세품 안내책자에 달러표시로만 가격을 고시키로 하는등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다.

홍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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