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달러=1천원 시대' 무엇이 문제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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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달러 = 1천원' 시대가 현실로 다가섰다.

정부가 달러당 9백5원이 적정하며 9백10원도 너무 높다고 밝힌지 불과 두달만이다.

◇ 환율급등, 무엇이 문제인가 = 무엇보다 물가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기름을 비롯해 커피·밀가루·설탕등의 가격이 이미 상당히 올랐다.

한국개발연구원 (KDI) 은 원화환율이 10% 상승할 경우 소비자물가가 1.2% 오른다고 예상했다.

외채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은 올들어 원화환율이 16%이상 상승한 것을 감안할 때 외채상환 추가부담은 4조~5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상장사들이 외화를 차입했다가 환율상승으로 발생한 환차손도 7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금융시장에도 큰 부담을 준다.

이미 외국인투자자들이 환차손을 우려, 주식투자자금을 빼내가고 있으며 이는 주가하락→환율상승→금리상승의 악순환 고리를 만들고 있다.

달러로 표시되는 1인당 국민소득도 올해 환율급등의 영향으로 17년만에 감소, 1만달러선에 턱걸이할 전망이다.

이처럼 금융시장이 불안하고 소득이 줄면 경기침체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지난 봄부터 경기저점이 임박했다고 밝혀온 통계청도 최근 저점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으로 바뀌었다.

◇ 좋은 점도 있다 = 우선 우리 경제가 목을 매고 있는 수출이 늘어날 수 있다.

산업연구원 (KIET) 은 원화환율이 10% 상승하면 수출증가율은 2.8%포인트 증가한다고 밝혔다.

한은은 내년에 수출이 약 15%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수출이 늘고, 해외여행등 해외에서의 씀씀이가 줄어들면서 자연히 경상수지 적자폭도 줄어들게 된다.

대우경제연구소는 원화환율이 10% 상승하면 약 25억~30억달러 정도의 경상수지 개선효과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재정경제원도 내년 경상수지 적자규모를 올해 (1백30억~1백40억달러 예상) 보다 30억달러 이상 줄어든 1백억달러선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수출경쟁국인 동남아국가 통화가 원화보다 더 큰폭으로 떨어지고 엔화도 약세를 보이고 있어 실제 수출증대 효과가 나타날지는 미지수다.

또 수입원자재 비용부담이 커져 수출채산성은 오히려 악화될 수도 있다.

◇ 급격한 변동에 대한 우려 = 환율의 급격한 변동이 경제에 불안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은 분명하다.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가며 환율의 상승속도를 조절하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문제는 정부가 나설 수 있는 입지가 매우 좁다는 점이다.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능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사실 환율이 이렇게 오르기까지 정부가 실기 (失機) 한 감이 없지 않다.

상하 2.25%인 환율의 하루변동폭도 진작 확대했더라면 지금처럼 매일 환율 방어선을 설정하는 악순환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어쨌든 재경원은 10일 "어떤 경우든 원화환율이 이처럼 가파르게 올라서는 곤란하다" 며 "1천원까지는 용인하되 앞으로 추가상승은 막겠다" 고 밝히고 있다.

고현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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