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 - 2기 정찰비행…미국·이라크 전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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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미국 U - 2 첩보기가 10일 새벽 (이라크 현지시각) 전격적으로 이라크 영공에서 정찰비행을 개시함에 따라 미국.이라크 관계가 일촉즉발 (一觸卽發) 의 긴장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이라크측은 그동안 U - 2기가 자국 영공에서 비행하면 격추하겠다고 공언해왔었다.

미국 역시 이라크가 정찰기를 공격할 경우 이에 맞서 이라크 공습을 감행하겠다고 밝혀 자칫 '제2의 걸프전' 으로 확전 (擴戰) 될 가능성이 한층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은 정찰기에 대한 이라크의 무력도발을 선전포고로 간주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대통령은 전군에 비상령을 내리고 "명예 아니면 희생" 을 국민에게 요구하고 있어 전운 (戰雲) 의 그림자를 짙게 하고 있다.

이제 초점은 ▶유엔의 또 한번의 중재 아니면 ▶당사자인 미국.이라크간의 무력충돌 여부로 좁혀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세계의 이목은 일단 사태중재를 위해 이라크에 파견됐던 유엔대표단의 보고를 듣고 모종의 대책을 논의할 10일의 유엔 안보리에 쏠려 있다.

안보리는 이 회의 직후 어떤 형태로든 사태해결을 위한 처방책을 내놓게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 처방책이 이라크에 대한 군사행동을 결의하는 것은 아닐 것으로 유엔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하지만 이미 대표단 파견협상도 실패로 돌아간 만큼 강도높은 조치가 예상된다고 관측통들은 전하고 있다.

특히 이 회의는 이라크에 대한 사실상의 최후통첩 시한으로 여겨지고 있어 유엔이든, 미국이든 이라크 제재를 명분으로 하는 '물리력 사용 가능성' 을 열어놓게 될 전망이다.

물론 안보리가 이라크에 대해 다시 시한을 정해 이라크내 군비사찰의 정상적 수용을 요구하는등의 '최후통첩' 을 내리면서 또 한번 이라크의 반응을 기다리는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

혹은 군사 이외의 수단으로 제재강도를 높여가는 '단계적 조치' 를 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제는 이라크가 정찰기 격추에 나서고 미국이 이라크에 대한 군사공격을 감행하게 되는 양국간의 돌발적 행동이다.

이와 관련, 미 군사전문가들은 이라크의 전략시설에 대한 순항미사일 공격과 공중폭격등 미국의 '독자적인 군사행동'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미국은 국제사회의 따가운 눈총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물론 영국 같은 경우는 미국 입장을 전폭 지지하고 있다.

그러나 유엔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전체적인 반응은 아직 미온적이다.

따라서 미국과 이라크는 일단 10일 안보리 회의 결과를 지켜본 뒤 '후속행동' 에 들어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워싱턴 = 이재학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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