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북핵 6자회담 결산해보니] 한반도 비핵화 첫걸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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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핵 6자회담 사흘째인 지난 25일 밤 베이징 북한대사관 앞에서 현학봉 북측 대변인이 기자회견문을 읽고 있다. [베이징=연합]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3차 6자회담이 지난 26일 폐막했다.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첫걸음은 뗐지만 갈 길은 아직도 멀다.

무엇보다 6자회담의 모멘텀을 계속 유지할 수 있게 됐다는 데 참가국들은 만족하고 있다. 회담 직전까지만 해도 회담장 주변에는 6자회담 무용론이 끊이질 않았다. 하지만 6개국은 ▶한반도 비핵화가 최종 목표고▶이를 위해 핵은 폐기돼야 하며▶폐기의 첫 단계로 동결 문제를 논의하고▶동결에는 검증이 수반된다는 점을 재확인한 뒤▶이를 위해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토의를 계속해 가기로 합의하면서 회담의 불씨를 살려가는 데 성공했다.

참가국들, 특히 북한과 미국이 동결 대 상응조치에 대한 구체적 협상안을 처음으로 내놨다는 점도 평가할 만하다. 폐막 직후 중국 측은 "이것 하나만으로도 회담이 진전됐다고 볼 수 있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북한이 영변 핵 시설을 동결 대상에 처음으로 포함시킨 것은 획기적이다. 특히 5㎿e 원자로는 물론 방사화학실험실(핵 재처리시설)과 핵연료 제조공장, 그리고 8000여개의 폐연료봉까지 동결 대상으로 언급한 것은 2002년 말 핵 위기 발생 후 처음이다.(본지 6월 26일자 1,6면)

미국도 3개월 동결 시한 뒤 북한이 핵 폐기에 본격 돌입할 경우 잠정적인 안전보장을 제공하고 경제제재 해제를 위한 직접대화에 나설 용의가 있음을 처음으로 밝히며 대화 분위기를 이끌어갔다.

하지만 이번 회담은 여기까지가 한계였다. 각국 대표단은 구체적인 협상안을 제시하는 것, 그 이상의 권한을 갖고 있지 않았다. 북한은 또 평화적 핵 활동은 폐기 대상에서 제외할 것을 다시금 명확히 했다. 가장 민감함 문제였던 고농축우라늄(HEU) 핵개발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한마디로 "없다"고 한 뒤 "더이상 이 문제는 거론하지 말아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미국 회담 관계자도 "HEU 문제가 합의문 작성의 막판 걸림돌이 됐다"고 말할 정도다.

사찰 방식을 놓고도 북.미는 첨예하게 맞붙었다. 때문에 한국과 중국은 2차 본회담 때보다 한단계 격이 높은 공동 언론발표문을 채택하려 했으나 북.미간 주장이 계속 평행선을 달리면서 결국 의장성명에 만족해야 했다.

북핵 협상은 장기전으로 돌입할 태세다. 일단 각자 구체적 협상안을 내놓은 만큼 한동안 밀고 당기기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북.미 양국 모두 급할 게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판을 깰 이유도 없다. 북한과 미국 내 강경파를 설득하는 것도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베이징=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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