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탐방, 명사를 만나다<4> - 만화가 김수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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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 탐방, 명사를 만나다’ 네 번째 주인공은 아기공룡 둘리로 유명한 김수정 만화작가. 서연은(13·분당서현중1)·최윤지(13·오륜중1)양이 함께 했다.

(사진) 프리미엄 전영기 기자 ykooo@joonang.co.kr

 “내가 만화가를 꿈꿀 때만 해도 만화에 대한 인식이 매우 좋지 않았는데 요즘은 고부가가치산업으로 뜨면서 많은 학생들이 만화가를 꿈꾸고 있죠.” 김 작가는 큰형의 반대를 무릅쓰고 월트 디즈니 같은 세계적인 만화가가 되겠다는 일념 하나로 상경했던 일화를 들려줬다.

 “70년대에 만화는 사회악이었어요. 광화문한복판에서 만화 화형식이 행해지고 만화가는 배를 곯는 직업이라는 인식이 강했지요. 검열이 심해 사람을 캐릭터로 하는 것은 위험부담이 너무 컸어요. 둘리는 남들과 차별화하기 위한 전략인 동시에 검열을 피하기 위한 수단이었습니다.”

 만화작가가 꿈이라는 서양은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좋아하는 만화를 그릴 수 있느냐”고 물었다. 김 작가는 “독자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며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그리고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이야기로 꾸미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흔히 만화 속 세계라고 하면 판타지나 어드벤처를 연상하지만 이 역시 주변에서 일어나는 현실적인 이야기가 바탕이 돼야 한다는 것. 그는 “캐릭터 역시 예쁘고 잘 그린 것보다 독자가 감정이입할 수 있는 특징이 반영돼 있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만화가는 남들이 생각지 못한 독특한 그림을 그리거나 기발한 아이디어를 떠올려야 하는 고된 직업이다. 하지만 종이와 펜만 있으면 상상하는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있어 매력적인 일이기도 하다. 김 작가는 “만화가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창의력”이라며 “엉뚱한 생각이 모여 상상력이 되고 상상력이 모여 창의력이 되니 생각하는 시간을 많이 가져라”고 강조했다. 다른 사람의 그림을 따라 그리거나 책을 많이 읽는 것도 훌륭한 만화가로 성장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책 속에 있는 배경지식들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원동력이 됩니다. 단 경직된 독서는 절대 하지 마세요. 책을 읽은 후에는 내용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정리하고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치는 연습도 함께 해야 합니다.”

 각종 포스터 대회 및 만화 그리기 대회에서 크고 작은 상을 받은 서양은 자신이 그린 만화를 김 작가에게 보여줬다. 김 작가는 “연은이는 머릿속에 생각이 참 많은 것 같다”며“아이디어가 풍부하면 좋은 만화가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칭찬했다. 그는 이어 “그림은 아직 어린 티가 많이 나는데 이는 좋은 선생님의 지도를 받으면서 자기만의 색깔을 찾으면 된다”고 격려했다. 서양은 애니메이션고 진학에 대해서도 조언을 구했다. “앞서 말한 대로 만화시장이 부상하면서 실력 있는 학생들이 애니메이션고로 몰리고 있어요. 뛰어난 친구들과 경쟁하면서 본인의 그림을 발전시켜 나간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겠지만 꼭 애니메이션고를 나와 야 만화가로 성공하는 것은 아니에요. 대학에도 관련학과가 많으니 장기적으로 보고 자유로운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노력하세요. 창작은 결국 자기와의 싸움이거든요.”

 캐릭터 산업에 관심이 있다는 최양은 캐릭터 사업의 전망에 대해 김 작가의 의견을 구했다. “캐릭터는 책으로, 애니메이션으로, 영화로 확대재생산되고 있어요. 하나만 잘 만들어도 엄청난 부와 명예를 함께 얻을 수 있죠. 캐릭터 산업은 현재 일본이 독보적이지만 우리나라 시장도 점차 커지고 있어요. 윤지가 우리나라 캐릭터 산업을 세계 1등으로 끌어 올려줬으면 좋겠네요.”

 김 작가는 즉석에서 둘리와 도우너 등 두 학생이 좋아하는 캐릭터를 그려줬다. ‘상상력의 끈을 놓지 마라’는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두 학생들은 함박웃음을 터뜨리며 “선생님 조언을 마음에 새기고 열심히 노력할게요”라고 감사의 뜻을 표했다.

 ※직업탐방, 명사를 만나다 5회 주인공은 안철수 박사입니다. 참여를 원하는 학생은 02-6262-5630 또는 sweetycarol@joongang.co.kr로 연락바랍니다


프리미엄 송보명 기자 sweetycar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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