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이어지는 노동계 비리 … 어디가 끝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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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노동계의 비리가 끊임없이 터져나오고 있다. 이번엔 조직폭력배와 연계한 사기 도박이다. 최근 경찰에 구속된 기아자동차 화성공장 노조원들은 동료들을 상대로 형광물질 패 등 첨단 사기 장비까지 동원한 도박을 벌여 20억원을 갈취했다고 한다. 불과 며칠 전 민주노총 산하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노조 간부들의 흥청망청 도박이 준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더욱 개탄스러운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와 유사한 비리는 민주노총뿐 아니라 한국노총에서도 잇따라 터지고 있다. 부산 택시노조 고위 간부가 택시운송사업조합 전 이사장으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국민은행 노조 집행부도 4000만원의 조합비를 유흥비로 탕진한 사실이 자체 감사에서 밝혀졌다. 법을 지키는 데 앞장서야 할 공무원 사회의 노조 행태도 오십보 백보다. 노동부 조사에 의하면 공무원 노조 10곳 중 8곳이 유급 전임자제를 운용하는 등 버젓이 위법을 행하고 있다.

자고 나면 고구마 줄기처럼 불거져 나오는 노동계의 부패 비리에 국민은 한숨이 저절로 나온다. 민주노총 산파역을 맡았던 고 권용목씨가 “노동계는 부패로 해가 뜨고 진다”고 토로한 게 괜한 소리가 아니었다는 게 여실히 증명됐다. 억대 도박판을 벌이면서도 입으로는 ‘민주’와 ‘도덕’을 외치는 이중성, 같은 노동자라면 당연히 관심을 표명하고 배려해야 할 비정규직 문제는 철저히 외면하고 있는 이중성이 이제는 드러날 만큼 드러났다. 상황이 이 지경까지 왔다면 자정(自淨)을 통한 노동계의 환골탈태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바로 옆의 비리를 쳐다보면서 똑같은 짓을 벌이는 이들에게 무엇을 기대하겠는가. 지금까지 드러난 행태로 볼 때 지금 이 순간에도 전국 곳곳에서 온갖 범죄가 저질러지고 있지 않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관계 당국이 나서 철저한 수사와 단속으로 잘못을 바로잡아야 한다. 그것이 어디까지 갈지 모르는 노동계 비리를 사전 차단해 국민을 안심시키는 길이다.

노동단체들도 이제 정신을 차리기 바란다. 진보 단체가 도덕성을 잃으면 기다리는 것은 파국뿐이다. 부패한 노조가 아무리 노동자 권익 보호를 외쳐봐야 설득력이 있겠는가. 오히려 국민의 반감만 살 뿐이다. ‘노’가 어떻고 ‘사’가 어떻고 하기 전에 추락한 도덕성부터 곧추세우는 것만이 그나마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길이라는 점을 노조 지도부는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