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서비스 낙제…녹색교통운동 3개월간 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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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5일 오전10시쯤 서울지하철 2호선 충정로역 승강장. 지하철 5호선에서 2호선으로 갈아타기 위해 딸 (5) 의 손을 잡고 가쁜 숨을 몰아쉬며 도착한 주부 김혜선 (32.서울영등포구여의도동) 씨는 '5호선 갈아타는 곳' 이란 안내표지판을 보고 깜짝 놀랐다.

다리가 아프다고 떼를 쓰는 딸을 달래가며 1백개가 넘는 계단을 오르내린 뒤 10여분을 걸어 도착한 2호선 승강장에 붙어있는 잘못된 표지판을 보고 순간 되돌아가야 하는게 아닌가 생각됐기 때문이다.

金씨는 "어림잡아 4백m가 넘는 환승거리를 걷는 것도 힘든데 엉터리 표지판까지 있어 짜증스럽다" 며 "승용차를 갖고 오지 않은게 후회스럽다" 고 불만을 토로했다.

하루 약 5백만명의 서울시민을 실어나르는 서울지하철의 서비스수준이 엉망이다.

배차간격을 지키지 않고 들쭉날쭉 제멋대로 운행하는 경우가 전체운행 전동차의 절반이나 되며 지하철을 갈아타기 위해선 평균 2백50m 이상을 걸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지하철 3, 4호선은 지하철 환승이나 버스환승을 안내하는 안내도면이 아예 없는 경우가 전체의 73%나 되고 그나마 부정확하고 엉터리인 것도 많다.

교통시민단체인 녹색교통운동이 지난 6~9월 서울지하철 1~4, 7호선을 대상으로 배차시간.환승역거리.역사 편의시설.안내체계등을 조사한 결과 밝혀진 서울지하철의 종합평가 결과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하철 1호선 서울역의 경우 퇴근시간대에 배차간격이 최고 9분21초를 기록하는등 퇴근길 1호선 서울역과 출근시간의 2호선 시청역등은 배차간격을 초과해 운행하는 전동차가 전체의 3분의2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출구와 환승로가 구분돼 있지 않거나 (3호선 종로3가역.5호선 영등포구청역) ▶화장실 안내가 없거나 (4호선 노원역) 잘못된 경우 (2호선 홍대역) ▶1호선과 같이 지하철 노선도 방위가 실제와 정반대인 경우를 비롯, 역 진입때 경적을 울리는 전동차도 전체의 46%나 돼 시민들의 지하철 이용 저해요인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경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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