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도로 봉쇄 파업…육로막힌 유럽각국 보상 촉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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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프랑스 트럭 운전기사들의 도로봉쇄 파업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유럽 각국이 몸살을 앓고 있다.

프랑스 육상 운송망 마비에 따른 여파가 인근 나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각국 정부와 산업계는 비상 수송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영국은 대륙과 연결하는 중심 수송로를 벨기에 쪽으로 신속히 돌렸고 독일 자동차업계는 프랑스와 스페인 쪽으로 나가는 물량의 운송편을 기차로 임시변경했다.

스페인.포르투갈도 농산물 수송을 위해 항공편과 선박을 확보하느라 정신이 없다.

1년만에 또다시 똑같은 사태를 당한 각국 운송업계는 이번 만큼은 프랑스 정부로부터 철저히 피해보상을 받아내겠다며 단단히 벼르는 분위기다.

사전에 사태를 막지 못한 프랑스 정부에 대한 각국 정부의 비난과 항의도 빗발치고 있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3일 리오넬 조스팽 프랑스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오도가도 못하게 된 영국 트럭 운전기사들에 대한 탈출로 확보를 강력히 촉구하면서 6, 7일 런던에서 열리는 영국.프랑스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를 긴급의제로 가장 먼저 논의하자고 제의했다.

유럽대륙과 사실상 단절된 스페인의 경우 상황이 가장 심각하다.

특히 11월은 전통적으로 야채.과일류 수출이 절정을 이루는 시기로 평소 같으면 매주 20만t의 청과류가 육로를 통해 유럽 각국에 수출된다.

스페인은 외무부 대변인 명의로 "이번 사태로 인한 모든 책임은 프랑스 정부에 있음을 분명히 해둔다" 고 밝혀 정부 차원의 피해보상 청구를 기정사실화했다.

스페인 청년영농인협회는 프랑스 상품 불매운동까지 촉구하고 나설 정도로 격화된 감정을 보이고 있다.

안마리 조리스나 네덜란드 교통장관은 "이번 사태는 유럽 단일시장의 대원칙인 상품의 자유이동에 대한 중대한 위협" 이라면서 유럽연합 (EU) 회원국 교통장관 긴급회의를 제안하고 나섰다.

이 자리에서 손해배상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 네덜란드 정부 입장이다.

단일시장내 자유이동을 감시할 책임을 지고 있는 EU 집행위도 죽을 맛이다.

"도대체 뭐하고 있느냐" 는 각국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지만 묘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장 클로드 게소 프랑스 교통장관은 이번 일은 근본적으로 운송업계의 채산성을 악화시켜 노사 갈등을 유발하는 유럽 운송업계의 야만적 경쟁에 근본적 원인이 있다면서 과도경쟁을 억제하는 최소한의 행동 규범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주변에선 공산당 출신 장관의 '한가한' 소리라는 반응이다.

파리 = 배명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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