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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개혁입법 늦춰서는 안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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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정부는 공공 기관 선진화를 위해 지난해 네 차례에 걸쳐 108개 공공 기관에 대한 민영화, 통폐합, 정원 감축 등의 개혁 방안을 발표했다. 올해도 5차 선진화 추진 계획을 통해 개혁 대상을 출자회사로까지 확대하면서, 공공 기관 개혁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그러나 정부의 계획과 달리 공기업 선진화는 해를 넘긴 현재까지도 특별한 성과나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정권 초기의 쇠고기 파동으로 시작된 사회 혼란과 함께 하반기부터 불어닥친 세계 금융불안과 경기 침체로 시장 상황이 악화되자 민영화 대상 공기업들의 매각이 거의 추진되지 못했다. 특히, 공공 기관 선진화의 초석으로 추진되던 기능 중복 성격의 공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통합도 국회 파행으로 법 제정이 미뤄지면서 답보 상태에 있다.

만약 이번에도 공기업 개혁이 물 건너간다면, 경제위기 극복을 통한 선진 경제 도약은 그만큼 늦춰질 것이다. 공기업 개혁의 후퇴는 민간 부문의 자율과 창의를 저해할 뿐 아니라 조직 확대, 임금 인상 등 공기업의 방만 경영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 유사 기관 난립에 따른 중복 투자와 정책 집행의 비효율 등으로 국가경쟁력 제고는 더욱 힘들어질 것이다. 영국·일본 등 많은 선진국이 공기업 개혁을 통해 경제위기를 극복한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나라도 당면한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공기업 개혁을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

공기업 개혁의 성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의 강력한 추진 의지가 필요하다. 과거 정부에서도 수차례의 개혁 노력이 있었으나 성과도 없이 용두사미로 끝나고 말았던 경험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정부의 강력한 개혁 추진과 함께 개혁의 근거법 마련을 위한 여야 정치권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특히 선택과 집중을 통해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민영화에 대해서는 경제 여건이 개선된 이후 장기적으로 추진하되 공공 기관의 통폐합, 경영 효율화 등 행정 개혁에 대해서는 박차를 가해야 한다. 특히 공공 개혁의 상징인 기능 중복의 공기업들에 대한 통합을 성공시켜 향후 공공 개혁의 동력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최근 여야 합의를 통해 10년 넘게 끌어온 주택공사·토지공사의 통합 법안을 4월 첫째 주 입법 처리를 약속함으로써 공기업 개혁의 첫 단추가 채워질 것으로 기대된다. 국회도 더 이상 정쟁으로 개혁입법을 늦춰서는 안 된다. 여당과 야당은 이른 시일 안에 개혁법안들을 통과시켜 공공 개혁까지 발목을 잡는다는 오명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공기업 개혁입법에 여야 모두가 적극 나서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민들은 당면한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선진경제 진입을 갈망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에는 꼭 공기업 개혁을 성공시켜야 한다. 물론 공공 개혁은 인위적인 인력 감원이 아닌 새로운 공적 역할을 재정립하는 계기로 추진돼야 할 것이다.

김기수 충주대 교수·건축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