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급반등에 외국인들 '당황'…개인 매수세 유입에 매물 다시 거두기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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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외국인 주식투자자들간에 일부 동요의 빛이 역력하다.

일단 "한국을 떠나자" 는 결심이 서자 일사불란하게 '팔자' 행진에 가담했던 외국인들은 예상밖의 주가폭등세에 당황하고 있는 것이다.

일부는 '사자' 쪽으로 기울기도 한다.

가령 지난 3일 한도확대이후 외국인 매도물량을 다른 외국인이 받아가는 일이 잦아졌고 일부 대형주에 대한 외국인 매도주문이 취소되는 사례도 빈발하고 있다.

한 대형증권사에서는 최근 며칠새 한국전력과 일부 은행주에 대한 상당량의 외국인 매도주문이 급히 거둬들여졌다.

대우증권 국제영업팀 관계자는 "외국인 이탈분위기가 1백80도 역전됐다곤 결코 볼 수 없지만 무조건 팔자는 심리는 분명 누그러졌다" 고 전했다.

외국인들은 한때 한국전력을 하루 3백만주 이상 내다 팔았지만 최근 들어 수십만주대로 줄어들었다.

특히 개인매수세가 급격히 유입되면서 핵심우량주를 내놓는 즉시 소화되고 있어 외국인들이 놀라고 있다.

오히려 물량교체를 위해 SK텔레콤과 포항제철에 매수주문을 내놓고 있지만 이미 국내기관과 개인들에 의해 선점된 터라 체결이 잘 안되고 있다.

일은증권 관계자는 "한도확대를 계기로 오랜만에 매수우위가 실현된데다 때마침 금리.환율과 동남아증시 안정세가 가세해 국내증시상황을 호전시켰다" 면서 "국내증시를 떠나려는 외국인세력과 최근 장세호전으로 이득을 보려는 외국인세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 같다" 고 풀이했다.

LG증권 김정기 국제영업팀장은 "그동안 국내장세를 좌지우지했던 외국인들이 이처럼 우왕좌왕함에 따라 증시 주도권이 국내투자자로 넘어간 인상마저 역력하다" 고 말했다.

하지만 외국계증권사들은 최근 일부 외국인들의 '사자' 움직임만 놓고 해외자금의 향배를 속단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포항제철.SK텔레콤등 몇몇 핵심우량주에 교체매매 수요가 집중됐을뿐 과거한도확대때처럼 우량주들이 장외프리미엄까지 붙어 돌아다니는 분위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살로먼브러더스증권 서울지점 박동영 이사는 "국내 외국계증권사들은 최근 환율진정이 정부의 작위적 개입에 따른 측면이 많다고 보고 여전히 한국시장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않는 분위기" 라고 전했다.

홍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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