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 명암] 3.쏟아지는 폐PC 애물단지 전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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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경기도남양주시별내면 폐 (廢) PC처리업체 UDT코리아 청학리 공장. 5백여평 부지에 못쓰는 컴퓨터와 통신기기에서 나온 PCB (인쇄회로기판).칩 등 부품들이 마대에 담겨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공장 뒤편에도 아직 처리되지 않은 모니터들이 담쟁이덩굴과 뒤엉켜 널부러져 있다.

이 공장에는 이런 부품들만 한달에 15t가량 들어온다.

그나마 이 곳에 들어온 폐PC들은 양호한 처리과정을 거친다.

1차로 본체와 부품 분리작업이 이뤄지며 부품들은 해외로 수출된다.

나머지 잔해들은 고물상이나 매립지로 보내진다.

PC 보급대수가 1천만대를 넘어서면서 폐PC 처리문제가 시급히 해결해야할 현안으로 등장했다.

'숨이 끊어지기' 전까지만 해도 정보화의 총아로 가정과 직장에서 사랑받던 PC가 여기서는 쓰레기와 다름없는 골칫거리로 전락한 것이다.

이처럼 버려지는 PC가 전국에서 연간 1백만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러나 폐PC처리 업체는 UDT코리아.삼보개발상사 등 대형 업체 두서너 곳과 중소업체 10여 군데가 고작이다.

이들 업체들이 처리하는 물량은 전체 폐PC의 20~30%선. 나머지는 그냥 방치되거나 매립되고 있는 실정. 폐PC를 매립하려면 PC 두대당 한 평의 면적이 필요하다.

매년 여의도의 절반 (50만평) 만한 매립지가 필요한 셈이다.

환경문제도 심각하다.

컴퓨터 쓰레기에서 나오는 주요 유해물질은 비소.납.아연 등이다.

미국의 경우 컴퓨터를 포함한 전자제품 쓰레기는 이미 유해 폐기물로 지정돼 있다.

폐PC를 재활용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방안이다.

플라스틱은 플라스틱대로, 칩 등 부품은 부품대로 재사용이 가능하다.

PC 내부의 PCB나 칩에선 금.은 등 귀금속을 추출해낼 수도 있다.

부품의 수출가는 ㎏당 1천원 안팎이나 국내에서 재활용하면 3천원 가량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중고PC 전문업체인 CC마트의 이병승 (李炳承) 사장은 "국내에서도 이제 폐PC 재활용 문제는 당장 해결해야 할 정도로 심각하다" 고 말한다.

미국의 경우 이미 86년 새너제이에 폐 컴퓨터 재활용 회사인 마이크로메트사가 세워졌다.

이 회사는 PC 메이커와 중고 PC유통업체.제련소와 제휴해 연간 11만t의 폐 컴퓨터를 재활용하고 있다.

일본은 PC 메이커들이 직접 나선다.

후지쯔사의 자사 PC 재활용비율은 현재 41%수준. 2000년엔 9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하지윤 기자

◇ 도움말 = ▶김평진 (金坪珍.UDT코리아대표) ▶정영두 (鄭永斗.삼보개발상사 대표) ▶최용석 (崔容碩.한국자원재생공사 개발1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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