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김현철씨 보석허가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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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김현철 (金賢哲) 씨의 보석 결정에 대해 법원과 검찰 주변에서는 매우 이례적이라며 그 배경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금까지 법원의 보석 허가 여부의 주요 판단 기준은 대부분 건강문제였다.

그러나 이번엔 건강문제를 제쳐놓고 1심 재판부가 유죄를 선고한 부분의 유.무죄를 가리는데 시간이 걸리므로 우선 석방해놓고 충분히 심리를 하겠다는 취지여서 눈길을 끈다.

재판부가 결정이유에서 "일부 무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불구속 재판키로 했다" 고 밝힌 것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재판부는 또 "실형 선고의 결정적 혐의가 된 조세포탈죄는 정치인에게 적용한 전례가 없을 뿐더러 '수사유예' 도 하고 있는 상황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고 밝혀 국민회의 김대중총재 비자금 의혹사건 수사유보와의 형평성도 고려했음을 밝혔다.

재판부는 이와함께 배석판사 (2명) 가운데 한명이 이달말부터 45일간 판례 수집등을 위해 미국출장을 가는 점등을 이유로 항소심 첫 공판 기일을 내년 1월중순으로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대해 검찰 관계자들은 "청와대가 金씨의 보석에 관심을 갖고 있고 국민회의측이 보석허가를 양해한다는 뜻을 청와대에 전달했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항소심 재판부가 첫 공판도 해보지 않고 보석을 허가할 것으로는 보지 않았다" 며 의외라는 표정이었다.

한 대검 관계자는 "보통 항소심에서 보석을 허가하려면 1심때와는 다른 사정변경이 있어야 하는데 70억원 헌납 약속도 지키지 않은 상태에서 보석을 허가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 고 불만을 표시했다.

한편 법조계와 재야단체에서는 이번 보석 결정에 대해 정치권의 입김이 미쳤거나 형평성을 명분으로 또다른 '형평성 파괴' 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박원순 (朴元淳) 변호사는 "법원의 논리대로라면 알선수재죄보다 죄질이 가벼운 모든 죄에 대해 보석을 해줘야 마땅하다" 며 "다른 권력형 부정축재사건의 경우에도 변론의 기회를 주기 위해 보석을 허가한 전례가 없다는 점에 비추어 보더라도 형평에 어긋난다" 고 밝혔다.

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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