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부부 '공항 수난시대'…대합실 환송헹가래 단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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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지난달 25일 서울 동대문 부근 예식장에서 결혼식을 올린 황명수 (黃明洙.30.서울마포구성산동) 씨는 교통체증으로 신혼여행 비행기편을 놓치는 낭패를 보았다.

예상외로 피로연이 길어져 비행기 출발 3시간전쯤 허겁지겁 공항으로 향했지만 성산대교 북단의 살인적인 주말 교통체증에 발목이 잡혔기 때문이다.

신부를 위로하면서 이튿날 태국행 비행기 편을 예약한 뒤 승용차로 돌아온 黃씨는 차장에 붙은 불법주차 스티거를 발견하고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견인당하지 않은게 다행입니다" 라는 단속 경찰의 말이 유일한 위안이 됐을 뿐이었다.

최근 차량정체로 비행기를 놓치거나 공항 주변도로에 불법주차했다가 차량이 견인되는등 수난당하는 신혼부부들이 크게 늘고 있다.

2일 공항경찰대에 따르면 9월말까지 공항내 불법 주정차로 범칙금이 부과된 차량은 2천3백5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5백68대) 보다 3배이상 늘어났다는 것이다.

견인 차량 (1천47대) 도 지난해보다 49% 늘어났다.

경찰관계자는 "최근 신혼부부를 태우고 온 차량들이 출국장앞 도로에 장기 불법주차하면서 운전자까지 자리를 비우는 경우가 늘어 단속하고 있다" 면서 "스티커를 발부받거나 견인된 차량의 절반 가량이 신혼부부를 태우고 온 차량으로 추산된다" 고 말했다.

특히 경찰은 환송객들이 대합실등에서 음주.고성방가등을 할 경우 경범죄처벌법을 적용, 엄격히 단속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어 자칫하면 결혼 첫날부터 갖가지 수난을 겪을 가능성도 엿보인다.

공항공단 한 관계자는 "최근 공사등으로 공항에 이르는 도로사정이 악화돼 신혼부부들이 비행기를 놓치는 경우를 자주 본다" 면서 "교통체증과 스티커 발부등의 낭패를 피하려면 지하철5호선을 이용하는 것이 최선책" 이라고 말했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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