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결혼해요!] “아! 바로 이사람이다” 내 가슴은 뛰었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11면

남자고교·공대(그것도 남자들뿐인 기계과)·군대…. 지금 다니는 직장에도 여자는 없다. 그래서 연애를 못 해봤다면 이유가 될까. 하지만 항상 좋은 짝이 어디엔가 있을꺼라는 생각을 막연히 하곤 했다.

나는 늘 남자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는걸 좋아했다. 그러던 어느날 소개팅 제의가 들어 온것이다.

나는 여자들을 만나본 경험이 별로 없어, 소개팅에 나가서는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옷은 어떻게 입어야 하는지 조차 잘 몰랐다. 모든게 낯설고 조심스러운 상황이지만 내 인생의 반쪽이 될 수도 있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인상이 중요하다던데….

처음 그녀가 문을 열고 들어온 순간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너무나 밝은 그녀 모습에 나는 잠시 할말을 잃고 바라만 보고 있었다. 순간 머리와 가슴이 동시에 반응했다.

‘아! 이 사람이다.’ 두근 두근.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하는데…. “앉 으 세요.” 내가 처음한 말은 어눌했으나 그 다음은 술술 풀렸다. 우리는 서로의 눈을 보며 대화를 이어갔다. 내가 손짓을 해가면서 얘기할 때 그녀는 내 손을 응시했다. 진지하고 순수한 그녀의 모습에 나는 처음부터 끌렸다. 점점 분위기가 좋아지고, 대화가 이어지는 동안 그녀는 나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여기 나오기 전에 기도하고 나오셨어요? ”

그녀와 나는 교회를 다녔고, 그녀 또한 믿음의 배우자를 찾고 있었던 것이다. “아~. 예, 새벽에 기도하고 나왔어요.” 그녀의 눈빛이 빛났다.

그 눈을 보자 내 가슴이 또 뛰었다. 우리는 이렇게 처음부터 통했다. ‘정말 인연이라는 게 있는 거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식사 내내 이야기는 진진했고 또 너무 즐거웠다. 꿈결같은 시간이 흘렀다. 이윽고 헤어질 시간. 나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또 바라봤다.

헤어지자마자 불안했다. ‘또 보고싶다. 연락해서 안 되면 어떡하지?’ 기우였다. 그녀는 너무 밝은 목소리로 전화를 받아주었다. 이렇게 우리의 만남은 계속됐다.

밥 먹고 영화 보고 차 마시고. 여느 연인들처럼 그렇게 지내다 한동안 내 직장 관계로 연락이 뜸해졌었다. 그 후 오랜만의 저녁 만남.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그녀는 내가 한동안 연락도 없고 해서 ‘이제는 그만 만나자고 하려나 보다’ 생각했다는 것이다. 전혀 생각치도 못했던 일이다. 간담이 서늘해졌다.

그녀가 믿지 않는 사람이거나 믿음의 가정에서 자란 사람이 아니면 잘 만나지 않았다고 한다. 믿음의 사람이어도 대화가 통하지 않으면 만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런데 나를 처음 만나고 헤어진 후 또 만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나는 너무 고맙고 감사했다.

결코 쉽게 만남을 허락하지 않은 사람이 나에겐 마음을 열어주는구나. 그녀의 용기있는 고백에 나도 그녀를 좋아한다고 고백했다.

어느날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 그녀를 불렀다. 식사 후 선선한 밤 공기를 마시며 걸었다. 그리고 차 트렁크 속에 고이 모셔뒀던 장미꽃을 들고 다가가 무릎꿇었다.

“나와 결혼해 줄래? 행복하게 해줄게.” 그녀는 나를 일으켜 세우며 “너무 감동이야. 그래 우리 결혼하자.” (우리는 29살 동갑내기)

그렇게 프로포즈는 받아 들여졌고 우리는 결국 내일 결혼하게 됐다.

“ 자기야, 당신은 내 인생 최고의 선물이야.” 영원토록 사랑할게~.

글=신랑 권혁철

신랑 : 권혁철(한국철도공사직원)

신부 : 신선아(천안초등학교 교사)

일시 : 2009년 3월28일 낮 12시30분

예식장 : 천안하늘중앙교회(558-9191)

신랑 부모 : 부 권오복(천안시 서북구청장) 모 홍남순

신부 부모 : 부 신복용(천안청당초교 교장) 모 송선영(초교 교사)



시아버지가 며느리에게

 

이 세상 모래알 같이 많은 사람들 중 너희 두사람을 맺어 주신 건 하나님의 큰 섭리요, 뜻이다.

부부 생활과 사회생활엔 꼭 필요한 마음가짐이 있다.

첫째, 감사할 줄 아는 부부가 되라. 키워주신 부모님께 감사하고, 가르쳐 주신 스승께 감사해라. 또 형제·동료·선후배 등 모두에게 감사 할 줄 알아야 한다.

둘째,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생활해라. 가정·회사에서 열심히 노력하고 인내하라. 그리고 솔선수범하고 능동적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라.

미국의 중류층 부부들에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게 무엇입니까” 물었더니 세가지로 답했단다. 신앙심을 갖고 생활하는 것, 행복한 결혼 생활,자녀 잘 키우기 등.

인생은 촛불이다. 세상은 쉽지 않다. 서로 믿음과 소망과 사랑으로 아껴주고 존중하며 살아라.

글=권오복 천안시 서북구청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