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획기적인 토지규제 완화 서두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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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토지규제 개혁에 대한 정부 로드맵이 제시됐다. 토지 이용을 규제하는 새로운 용도지역.지구의 신설을 제한하는 '토지이용규제 기본법'을 내년 7월 시행하고, 이중삼중으로 얽힌 토지 관련 규제를 획기적으로 뜯어고쳐 단순화하겠다는 내용이다.

현행 토지 관련 규제는 대대적 수술을 한시도 미룰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 우리나라 토지는 13개 부처.112개 법률에 의해 298개 지역.지구로 지정돼 있으며, 이 중 181군데는 각종 규제를 받고 있다. 워낙 복잡해 땅주인도 자신이 어느 법의, 어떤 규제를 받는지 모를 정도다.

인구가 늘고 경제규모가 커지면서 공장.도로.주택용 토지수요는 늘어나지만 이런 규제 때문에 공급은 거의 늘지 못하고 있다. 현재 개발이 가능한 땅은 전 국토의 5.6%에 불과하다. 가뜩이나 좁은 땅이 규제 때문에 더욱 제 구실을 못하는 것이다. 그 결과 땅은 투기와 민원의 대상이 되고, 국민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며, 기업의 활동과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토지에 대한 기본개념을 공급자 중심에서 이용자, 즉 국민 중심으로 바꾸기로 한 정부 방침은 옳다. 이런 개혁이 더욱 빠른 속도로 진행돼야 한다.

과거 정부는 수차 토지이용 개혁을 추진했지만 번번이 용두사미로 끝났다.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등이 서로 토지에 대한 '권한'을 놓지 않으려 했기 때문이다. 사실 이번 조치도 당초 정부 계획보다는 일정이 많이 지연되고 있다. 국민은 보다 싼값에 집을 사고, 기업은 쉽게 공장을 지을 수 있는 미래, 이를 통해 한국 경제가 더욱 발전하는 내일을 위해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들은 부처 이기주의를 버리고 개혁 작업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다만 이런 규제완화가 투기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대책도 동시에 강하게 제시돼야 한다. 토지에 대한 이용규제도 풀 것은 풀되, 묶을 것은 더욱 엄격하게 묶어야 한다. 그래야 부작용 없이 규제완화가 효과를 거둘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