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불안정한 반등세…외국인 매도속 '개미군단' 다시 몰려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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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주가가 어느정도 바닥권에 근접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개인투자자들이 증시로 몰려들고 있다.

이에 따라 고객예탁금등 증시자금 사정이 호전되는 가운데 외국인 매도 러시로 꼬인 시장수급에 숨통이 트이면서 주가가 급등세로 돌아섰다.

최근 종합주가지수가 연일 폭락하면서 5년전인 92년8월 저점 (549.07)에 접근하자 "주가가 더 이상 떨어지기 어렵다" 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한동안 증시를 떠났던 '큰손' 등 개미군단이 다시 주식투자에 나서고 있다.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환차손 공포감으로 외국인들이 하루 1천억원 안팎의 순매도 주문을 쏟아내는 와중에도 개인투자자들은 지난달 29일 5백여억원, 30일 1천1백여억원, 31일 7백여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하는등 외국인의 매물을 받아내고 있다.

1일에도 외국인들이 주말치곤 꽤 많은 물량인 6백55억원의 순매도를 한데 대해 개인들은 7백66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하며 종합주가지수가 26포인트 폭등하는데 견인차 역할을 했다.

H증권의 서울강남 모지점엔 지난주 1백억원 규모의 '큰손' 매수주문이 들어온 것으로 확인됐고, 명동등지 사채시장의 전주들도 대형우량주를 중심으로 매수에 가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증권의 한 간부는 "한국전력 주가가 1만5천원 밑으로 떨어지면 한전주 매입에 나서겠다고 한달전부터 공언해온 큰손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같다" 고 말했다.

LG증권 신사지점의 한 영업직원은 "보름전만 해도 지점전체로 하루 한건의 신규계좌를 유치하기가 힘겨웠지만 지난주부터 계좌를 트겠다고 제발로 찾아오는 손님이 하루 서너명씩 된다" 고 전했다.

개인매수세에 힘입어 2조5천억원대인 증권사 고객예탁금이 2조7천억원대로 늘어나고 대신 신용융자잔고는 3조원 아래로 떨어짐에 따라 극심한 수급불균형을 보였던 증시자금사정이 개선되고 있다.

하지만 증시전문가들은 단타매매 성향이 강한 개인매수세에 의해 장세가 떠받쳐지는만큼 주가를 낙관하긴 이르다는 조심스런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가령 3일 외국인주식투자한도 확대일에 외국계 자금이 예상보다 적게 들어올 경우 개인투자자들의 실망매물이 쏟아질 공산도 크다는 전망이다.

"외국인이 다량매수를 낼 종목은 SK텔레콤과 포항제철 정도여서 신규자금 유입규모는 2천억~3천억원 정도에 그칠 것" (LG증권 김정기 국제영업팀장) 이라는 전망도 강해 다음주가 개인매수세 지속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홍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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