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대통령·이인제전경기지사 회동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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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30일 청와대에서 만난 김영삼 (金泳三) 대통령과 이인제 (李仁濟) 국민신당 (가칭) 전경기지사는 서로 거리가 있는 것처럼 보이려고 애썼다.

…1시간15분간 진행된 회담에서 반 (反) DJP연대나 신한국당 내분문제는 거론되지 않았다고 한다.

李전지사는 '밀약설' 이 나오지 않도록 조홍래 (趙洪來) 정무수석이 끝까지 배석해달라고 요청했다.

李전지사는 金대통령의 지원이 역효과날 가능성을 의식했고, 金대통령도 마찬가지여서 화제의 범위를 줄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분위기는 金대통령과 정치적 부자 (父子) 라는 李전지사의 평소 표현 그대로 였다고 한다.

"집나간 아들이 성공해 돌아와 아버지를 뵙는듯 했다" 는 청와대 관계자의 말은 함축하는바 크다.

또한 趙수석의 위치.성향으로 미뤄 중립적 전달자로서의 신뢰도는 미지수라는게 중론이다.

"金대통령이 李전지사의 경선 불복.탈당과 관련, '여러차례 말렸는데 그럴수 있느냐' 고 하자 李전지사는 '개인적 차원이 아니고 국가 장래를 생각해 출마를 결심했습니다' 고 답했고, 그 순간 '분위기가 조금 불편했다' " 는 등의 趙수석 전언도 어딘가 미덥지 못하다.

정치권에선 "꾸중을 듣는 통과의례치곤 싱겁다" 는 얘기와 함께 이번 회동은 金대통령과 李전지사가 새롭게 관계설정을 하는 계기가 됐다는 관측이 이어지고 있다.

…金대통령은 두손을 마주 잡고 공손히 인사하는 李전지사를 활짝 웃으며 맞았다.

李전지사는 건강 얘기도중 "조깅.등산 인구가 늘어난 것은 각하때문" 이라며 金대통령을 즐겁게 했다.

李전지사는 국정의 모든 분야를 거론하는 여유를 보였으며, 金대통령은 자상하게 설명했다.

▷李전지사 = 대선에 지역감정과 일부 공무원들의 선거개입이 우려됩니다.

금품 사용을 철저히 단속해야 합니다.

▷金대통령 = 이미 관계기관에 그런 일이 없도록 지시했습니다.

▷李전지사 = 증시 붕괴와 외환시장 불안등 총체적 경제위기 상황입니다.

대통령 직속으로 비상경제상황실을 설치해야 합니다.

▷金대통령 = 검토하겠습니다.

▷李전지사 = 금융 불안은 내부 요인도 있지만 국제적 문제이므로 국제적인 상호 유기적 협력을 통해 주도적으로 대처해나가야 합니다.

▷金대통령 = 아태경제협력체 (APEC) 정상회의 (11월 하순) 전에 미국을 포함한 회원국의 재무장관회의 소집을 추진하도록 지시했습니다.

▷李전지사 = 김정일 (金正日) 의 당총서기 취임후 남북관계 상황이 어떻습니까.

▷金대통령 = 지난 29일자 노동신문 사설을 보면 북한은 변할 생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박보균.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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