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한국당 주류…이회창총재,김영삼대통령과 오해 풀라는 화해론 외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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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회창 (李會昌) 신한국당총재 부인 한인옥 (韓仁玉) 여사는 28일 대구시지부 여성홍보단 발대식에서 "고향기분이 드는 대구에 오니 李후보가 외롭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며 울음을 터뜨렸다.

그가 손수건을 꺼내 엉엉 울자 여성당원중 상당수도 '동조 눈물' 을 흘렸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낮은 지지율과 비주류의 조직적 반발.이탈 움직임등 안팎으로 시련을 겪는 李총재의 현주소를 대신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속의 李총재 주변에서 '청와대와의 화해론' 이 제기됐다.

이 화해론에는 두가지 흐름이 있다.

김윤환 (金潤煥) 선대위원장은 화해를 통한 당의 내분진정을 주창한다.

그는 29일 "얼마전 李총재에게 '김영삼 (金泳三) 대통령을 만나 탈당요구의 진의를 전달하고 오해를 푸는 것이 좋겠다' 는 뜻을 전했다" 고 소개했다.

양정규 (梁正圭) 의원등 일부 민정계중진과 홍준표 (洪準杓) 의원등 초.재선그룹에서 주장하는 화해론도 있다.

그러나 방향이 다르다.

그들은 李총재가 金대통령을 만나려면 마음을 비워야 한다고 지적한다.

즉 李총재가 반DJP연대를 위해 후보를 포기할 수도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비주류측의 후보교체론보다 강도는 떨어지지만 '李총재의 후보사퇴' 가능성을 언급하는 것이어서 李총재의 입지를 더욱 어렵게 만들기는 마찬가지다.

어쨌든 이런 생각을 가진 의원들은 금명간 李총재에게 "마음을 비우고 金대통령을 만나라" 고 건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이같은 화해론에 대해 신경식 (辛卿植) 총재비서실장은 "상황의 변화가 있으면 몰라도 李총재가 일방적으로 입장을 바꿔 金대통령을 만나겠다고 할 수는 없다" 고 뿌리쳤다.

다른 측근은 "李총재가 YS와의 결별을 선언하면서 독립기념관까지 갔고 영수회담도 거부했는데 이제 와서 金대통령을 다시 만난다고 하면 모양이 뭐가 되겠는가" 라고 반문했다.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윤원중 (尹源重) 비서실부실장은 특히 초선들의 "마음을 비우라" 는 건의에 대해 "현실적으로는 실현이 불가능한 아이디어" 라고 일축했다.

李총재는 주변의 화해론이 패배주의로 비칠지 모른다는 듯, 이를 뿌리치며 자기 길을 내달리고 있다.

29일 그는 인천지역 필승결의대회에서도 DJP연합을 신랄하게 공격했다.

대구 (4일).경북 (6일) 대회도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그는 보란듯이 총재특보단 10명과 보좌역 2명을 보강하는 동시에 7인 핵심중 백남치 (白南治).김영일 (金榮馹) 의원을 각각 선대위의 조직본부장과 상황실장에 포진시켰다.

그는 "누가 뭐래도 나는 대선으로 돌진한다" 며 당대표와 선거대책위원장마저 외면하는 가운데 외로운 행군을 하고 있다.

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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