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앞둔 '케네디-먼로스캔들' 가짜 들통…출판여부 불투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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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고 (故) 케네디 대통령과 마릴린 먼로는 요즘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희대의 '위조 소동' 에 쓴 웃음을 짓고 있을지 모른다.

소동의 진원 (震源) 은 최근 많은 미국인들이 손꼽아 출판을 기다려오던 예비 베스트셀러 '케네디 궁전의 뒷면' (The Dark Side of Camelot) . 저자는 퓰리처 상 수상 작가인 시무어 헐시 기자로 케네디.먼로간의 은밀했던 관계를 다룬 것이 주 내용이다.

출판사는 그동안 "백악관에 채홍사들이 있었다" 는등 책 내용을 사전에 조금씩 흘려 많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한껏 돋워 놓았다.

그러나 최근 저자가 입수한 자료들이 모두 가짜라는 사실이 드러나 버린 것. 말썽이 되고 있는 자료들은 뉴욕의 사법서사인 로렌스 쿠섹이 작고한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라며 저자에 건네준 3백24건의 '비밀문건' 들. 이중에는 "마릴린 먼로가 입은 상처에 대한 보상으로 케네디는 먼로의 어머니 앞으로 10만 달러 이상을 한달 이내에 신탁하며 그 대가로 먼로는 영원히 입을 닫는다" 는 계약서도 들어 있다.

그러나 이를 감식한 전문가들은▶계약서의 자형과 같은 타자기는 케네디.먼로가 죽은지 10년 이후에 생산된 것이며▶계약서 작성시 사용된 수정용 리본도 IBM이 73년에야 출시했다는 사실을 토대로 '완벽한 위조' 라는 판정을 내렸다.

또 61년에 작성한 것으로 된 한 문서는 우편번호까지 적어 놓았으나 미국의 우편번호는 63년부터야 도입됐었다.

저자는 부랴부랴 책 내용을 수정하기 시작했고 ABC방송도 거의 완성된 관련 다큐멘터리를 뜯어 고치고 있으나 현재로선 책이든 다큐멘터리든 빛을 볼 수 있을지조차 의심스럽게 됐다.

워싱턴 = 김수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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