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남북 문화유산 교류 적극 검토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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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오는 28일 중국 쑤저우(蘇州)에서 막을 올리는 유네스코 제28차 세계유산위원회 총회에 대한 우리의 관심은 남다르다. 북한과 중국이 각기 세계유산 목록에 등재하겠다고 신청한 고구려 고분과 유적을 심의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미 지난해 제27차 파리 총회에 고구려 고분군의 세계유산 등재를 요청했다가 보류판정을 받은 경험이 있다. 이번에는 세계유산 검토회의가 양국의 고구려 유적을 각기 등재권고키로 의결해 등재가 무난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북한 최초의 세계유산 등재가 되는 셈이다.

북한의 고구려 고분과 유적이 세계문화유산에 오름으로써 갖는 의미는 크다.

중국은 그간 우리의 역사왜곡이라는 거센 비판에도 불구하고 고구려사를 자국 역사로 편입시키려는 이른바 '동북공정'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 파리 총회에서 북한의 세계유산 등재가 실패로 돌아갔던 것도 중국인이 포함된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의 현지 방문조사에서 고분 일부가 훼손됐다는 지적을 받은 것이 결정타였다. 비록 중국과 함께 문화유산으로 등재된다고 하더라도 우리 민족이 고구려사의 정당성을 확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우리는 이것이 북한 사회의 폐쇄성을 누그러뜨리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본다. 북한의 고구려 고분군 63기가 인류의 문화재로 대접받게 되면 북한은 이를 누구나 볼 수 있도록 공개할 의무도 이행해야 한다. 북한 문화재의 개방은 꽁꽁 닫힌 북한 사회의 빗장을 여는 열쇠가 될 수 있다.

앞으로의 문제는 고구려 고분군의 보존과 관리를 보다 철저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구려 고분군은 비록 북한에 자리잡고 있지만 엄연히 우리 조상이 남긴 우리의 문화재다. 문화재 보존에 적잖은 비용이 드는 만큼 우리가 이를 모른 체 해서는 안 된다. 북한의 어려운 경제사정을 감안해 적극 나서야 한다. 북한은 우리 취재단에게 남북 문화유산 교류를 제안했다고 한다. 민간 차원의 문화재 교류를 위한 노력은 한계가 있다. 정치권은 이를 정식 협상테이블로 끌어내 논의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