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델라,"88년 팬암기 폭파사건 재판 제3국서 열자" 영국 즉각 거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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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지난 88년 2백70명의 사망자를 냈던 미 팬암기 폭파사건을 둘러싸고 넬슨 만델라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과 피해자 가족들이 사건 용의자인 리비아인 2명에 대한 재판을 제3국에서 열자고 제안했으나 영국은 이를 즉각 거부했다.

그러나 만델라 대통령은 27일 리비아를 재차 방문해 팬암기 사건으로 인한 리비아와 서방세계의 대립을 중재하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으며, 국제사법재판소는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대 (對) 리비아 제재결의가 지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건 심리에 착수, 독자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26일 전날 영연방 정상회담에 참석한 만델라 대통령이 팬암기 사건재판을 제3국에서 열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 "우리는 재판이 (사건이 발생한) 스코틀랜드에서 열려야 한다는 명확한 이유를 갖고 있으며 국민들도 그것을 기대하고 있다" 고 말해 거부의사를 분명히 했다.

또 팬암기 사건 피해자 가족들은 이날 로빈 쿡 영국 외무장관을 만나 재판장소를 둘러싸고 영국.미국과 리비아가 대립하는 바람에 사건 발생후 9년동안 재판이 열리지 못하는데 대해 불만을 표시하고 제3국에서라도 재판이 열릴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쿡 장관도 영국 주권과 관계된 문제라는 이유로 이 요청을 거부했다.

한편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국제사법재판소는 리비아에 제재를 가함으로써 리비아가 용의자를 영국에 넘기도록 하려는 안보리 입장과 달리 지난 13일 팬암기 사건 심리에 착수, 독자적으로 사건해결을 모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과 영국은 로커비사건 발생후 3년동안 조사한 끝에 지난 91년 리비아인 두명을 범인으로 지목하고 리비아에 범인 인도를 요구했으나 리비아정부는 재판의 공정성을 위해 제3국에서 재판할 것을 주장하고 용의자들의 인도를 거부해왔다.

[런던 = 정우량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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