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컴퓨터,러시아 핵공장에 반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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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미국 컴퓨터 제조업체 IBM의 고성능 컴퓨터 16대가 러시아의 핵무기 공장으로 비밀리에 반출된 것으로 밝혀져 미국.러시아 양국간에 큰 파문이 일고 있다.

미 뉴욕 타임스는 27일 IBM컴퓨터가 올해초 러시아 핵무기 공장으로 유출, 미국 핵관련 기술의 대외수출금지를 위반한 사실이 밝혀져 양국간 외교문제로 비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IBM컴퓨터가 수출된 곳은 모스크바 인근의 아르자마스로 여기에는 러시아의 수소폭탄 제조시설이 자리잡고 있다.

IBM사의 고성능 컴퓨터는 이곳에서 컴퓨터 모의핵실험에 사용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해 9월 국제 핵실험금지조약에 서명했기 때문에 정상적인 핵실험을 할 수 없는 상황이며 컴퓨터 모의실험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기술을 수입해야 할 형편이다.

미 현행법은 미국회사가 생산한 고성능 컴퓨터의 대 (對) 러시아 민간용 수출은 허용하고 있으나 러시아 핵무기 공장에 대한 컴퓨터 수출은 용량과 성능에 관계없이 모두 금지하고 있다.

다만 컴퓨터 기술에 관해 의회의 인준을 거칠 경우 러시아 수출은 가능하다.

이번 IBM사의 컴퓨터 수출은 이같은 의회 인준 과정 없이 비밀리에 행해졌으며 미국의 규제를 피하기 위해 모스크바의 중개상인을 거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하고 있다.

이에따라 컴퓨터는 IBM사의 독일지사에서 우선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 공항으로 옮겨진 뒤 다시 모스크바를 거쳐 아르자마스에 도착하는등 우회경로를 거쳤다.

러시아는 현재 이 컴퓨터를 민간 전용하는 방법으로 미국과의 마찰을 피하려 하고 있다.

러시아는 그러나 미국이 컴퓨터의 민간전용 과정에서 검사관을 파견한다는 입장에 반대하고 있어 양국간 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뉴욕 = 김동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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