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올 연말 환차손 회계처리 고심…영업이익 내고도 장부상은 거액 적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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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원화 환율이 9백40원선을 위협하면서 기업들이 올 연말 결산에서 외화 부채등의 원화평가에 따른 환산손 (외화환산손실) 의 회계처리에 비상이 걸렸다.

원자재.설비도입으로 외화 빚을 지고 있는 많은 대기업들이 환산손실때문에 결산보고서 작성시 장부상 막대한 적자를 기록하게돼 해외자금조달등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항공.선박.정유.전자회사등이 막대한 환산손을 입고있다.

비행기를 사거나 빌려오느라 24억달러의 외화부채를 안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올해 1천7백억원 가량의 환산손이 발생할 전망이다.

이 회사 정태승 (鄭泰承) 회계팀장은 "영업등 경상이익은 가까스로 적자를 면할 것으로 보이나 거액의 환산손 발생으로 최종적인 당기순익은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한 실정" 이라며 "많은 기업들이 예년같으면 결산서 작성에 나설 싯점이지만 '환산손공포' 때문에 올해는 엄두도 못내고 있다" 고 말했다.

비행기 도입규모가 더 큰 대한항공의 경우 올해 환산손이 3천억~4천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선주협회 관계자는 "환율이 9백30원 정도로 오른 상태에서 회계처리 기준을 바꾸지 않는다면 자본이 완전 잠식되는 업체도 나올 것" 이라고 말했다.

27일 한국상장사협의회에 따르면 올해말 원화환율이 9백30원이 될 경우 5백22개 상장사의 환산손이 모두 2조8천20억원으로 1사당 평균 53억7천만원으로 추산됐다.

이에따라 최근 전경련이 당국에 환산손이 반영되지 않도록 기업회계기준을 변경해달라고 요구한데 이어 항공.해운업계 대표들도 27일 또다시 당국에 대책을 건의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아직 실현되지 않은 원리금 상환분등 모든 달러빚을 원화로 환산해 결산 장부에 기재토록 돼있어 재무구조가 실제보다 나쁘게 나타나는 것이 문제" 라며 "기업 입장에선 통제할 수 없는 환율이라는 변수때문에 거액의 당기손실도 보아야하는 형편" 이라고 말했다.

한국상장사협의회도 현재 취득원가로 기재하게 돼 있는 외화 구입 고정자산도 외화부채처럼 평가를 해 환산손익을 서로 상계시킬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증권감독원측은 최근 "국제적으로 통용되지 않는 회계처리방법 채택은 오히려 국제적 신뢰도를 더 떨어뜨릴 것" 이라며 회계기준 변경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정부는 기업들의 환산손 때문에 세금 (법인세) 이 줄어들까봐 우려하면서도 국제기준과의 마찰 때문에 행동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 환차손과 환산손 : 외화 표시 거래에서 환율변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손익을 환차손익이라고 하는데 이는 크게 환결재손익과 환환산손익으로 나누어진다.

환결재손익은 거래 발생시의 환율과 결재시의 환율과의 변동차에서 발생하는 손익을 결재시에 계상하는 것이며 환환산손익은 결산시에 평가한 손익을 계상하는 것이다.

이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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