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 스토리] "퀄컴에도 로열티 받아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1면

▶ 코엑스에서 열리고 있는 IT전시회'SEK2004'의 국산 원천기술관 앞에서 30대 사장들이 활짝 웃고 있다. 오른쪽부터 리코시스 이창근, 네오엠텔 김윤수, 신지소프트 최충엽 사장. 인트로모바일 이창석 사장은 신혼여행 중이어서 심재철 이사가 대신 참석했다.[신인섭 기자]

2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올해로 18회째를 맞는 국내 최대 정보기술(IT) 전시회 'SEK2004'가 열렸다. 이날 삼성전자와 LG전자 전시관은 북새통을 이뤘다. 한 블록 건너 있는 '국산 원천기술 전시관'은 상대적으로 한산했다.

이날 오후 3시30분. 삼성전자 전시관을 둘러보던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이 갑자기 "원천기술관이 처음 생겼다던데…"라며 발걸음을 돌렸다. 원천기술관을 지키던 신지소프트 최충엽 사장은 신이 나서 설명했다. "우리 벤처기업들이 미 퀄컴으로부터도 로열티를 받습니다."

◇매출의 절반 이상이 로열티 수입=우리 기업은 해마다 엄청난 로열티를 해외에 물고 있다. 산업기술진흥협회에 따르면 2002년에 27억달러를 지급했다. 이런 와중에 거꾸로 로열티를 받는 벤처기업들이 있다. '원천기술전시관'에 참가한 네오엠텔.신지소프트.인트로모바일.리코시스가 대표적인 회사다. 이들 원천기술 4인방은 이동통신 원천기술을 미국.중국 등지로 수출, 짭짤한 로열티를 챙기고 있다.

네오엠텔 김윤수 사장은 "지난해 매출액의 절반 이상이 로열티"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동영상 압축기술을 퀄컴과 모토로라에 공급하고 있다.

신지소프트는 2000년 세계 최초로 무선인터넷 다운로드 솔루션 상용화에 성공, 이스라엘에 팔고 있다. 이 기술은 음성통화 목적으로만 사용돼 왔던 휴대전화가 또 다른 용도로 사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

인트로모바일은 미국의 스프린트와 버라이존, 브라질의 비보, 호주의 텔스트라 등 세계 주요 이동통신사에 MMS(문자 외에 사진.동영상.배경음악 등을 첨부해 보낼 수 있는 기술)를 수출하며 전 세계 MMS서비스의 70%를 장악하고 있다.

리코시스는 중국에 모바일 3D엔진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고, 미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동영상 솔루션 분야의 주문자개발생산(ODM) 업체로 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등록돼 있다.

◇"우리 기술 대접 좀 해주세요"=이들 4개사 사장은 모두 30대다. "국산 기술을 바탕으로 세계 최고의 기업이 되겠다"며 패기가 당차다. 젊지만 경력이 결코 일천하지 않다. 세계 유수기업에 근무했는가 하면 실패도 밥 먹듯 했다. 포항공대 출신의 최충엽 사장은 다섯번이나 벤처를 창업했다가 실패했다. 다른 사장들은 모두 삼성전자에서 일을 배웠다. 리코시스 이창근 사장은 미 루슨트테크놀로지 아시아지역 마케팅총괄 이사를 지냈고, 김윤수 사장은 미 코넬대 무기재료공학박사다.

하지만 이들은 우리 기술이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인트로모바일의 심재철 이사는 "우리 기술의 가치를 국내에서 먼저 인정해줘야 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국내 대기업들이 우리 벤처기술을 신뢰하지 못하고 외국기술만 선호한다는 푸념이다.

마침 이날 전시관을 방문한 진대제 장관에게 최 사장은 "원천기술 포럼을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진 장관은 "같은 기술을 가진 사람들끼리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정선구 기자
사진=신인섭 기자<shinis@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