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옷전문점 '팬티하우스' 연 박대선씨…하루 매출 70만원 거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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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체면을 중시하는 우리나라에서 속옷가게를 한다면 왠지 쑥스러워하는 사람이 적지않다.

그러나 속옷만한 생활필수품도 많지 않다.

더구나 요즘은 속옷도 패션을 찾는 시대가 아닌가.

서울 방배동 카페골목의 붐비는 길모퉁이에 자리한 '팬티 하우스' 는 이름도 야하지만 파는 물건도 야하다.

'팬티 하우스' 의 박대선 (朴大善.47) 사장은 바로 은밀한 속옷을 밝은 조명의 쇼윈도로 끌어내 짭잘한 수입을 올리는 사람이다.

朴사장은 10여년간 여성의류점을 하다 경쟁이 심해지고 매출이 부진해지자 이를 과감하게 정리하고 대신 오랫동안 마음에 두었던 패션속옷 전문점을 열었다.

세계의 패션흐름을 보러 외국에 드나들 때 형형색색에 갖가지 디자인의 속옷이 朴사장의 눈길을 끌었던 것. 그는 속옷 전문점을 열기 전에 수백종의 패션속옷 샘플을 받아다 직접 입어보고 뜯어본 끝에 한 번 해볼만한 사업이라는 결심을 굳혔다.

신축성이 좋은 원단에 색상을 다양화하면 젊은 층의 반응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처음에는 국내생산도 생각했었으나 그가 원하는 원단은 국내시설로는 박음질이 안되는데다 직접 공장을 차리자니 초기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소량 주문 생산. 국내에서 디자인을 하고 색상을 지정해 특수가공기술을 가진 외국기업에 제조를 맡기는 방식이다.

문제는 판매였다.

朴사장은 우선 자신이 직접 직영점을 운영하면서 발판을 다진 뒤 점차 전국적으로 체인점을 확대해 나간다는 전략을 세웠다.

많지 않은 돈으로 시장을 넓혀나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래서 처음 문을 연곳이 방배동 카페거리다.

워낙 알려진 곳이라 기존의 가게터를 인수하는데도 돈이 만만치 않게 들어갔다.

보증금 2천만원에 권리금 4천만원을 주고 10평 매장을 얻었다.

여기에 초기 진열상품비로 2천5백만원에 매장 인테리어비용 1천1백만원, 전단 제작비등 광고.선전비가 2백만원쯤 들었다.

가게 마련비용이 초기투자비의 3분의2가 넘는 셈이다.

처음에는 걱정도 많이 했으나 톡톡 튀는 상품 구색에 밝은 매장분위기 덕에 의외로 반응이 좋았다.

지난해 4월 개점 초기부터 1년간은 월매출액이 4천만~5천만원에 이를 정도로 잘나갔으나 요즘은 전반적인 불황탓인지 매출이 절반정도로 줄었다는게 朴사장의 푸념이다.

그래도 마진폭이 매출액의 50%쯤 되기 때문에 물건값과 제반 경비를 빼고도 월 7백만원의 순수익은 거뜬히 올린다.

가게를 차리고 자리가 잡히면 수입은 어느 정도 보장된다는 얘기다.

현재 팬티하우스의 전국 체인망은 10개로 서울의 직영점과 목동점을 제외하면 모두 지방에 있다.

朴사장은 "부산.대구등 대도시는 물론이고 구미.김천등 중소도시의 매장도 하루 매출액이 30~40만원은 된다" 고 설명한다.

朴사장은 앞으로 서울 지역에도 체인점을 10곳 정도로 늘릴 계획이라며 "매장보증금과 권리금만 줄일 수 있다면 그다지 많지 않는 돈으로 가게를 시작할 수 있다" 고 권한다.

이런 점에서 목동점의 조인숙 (曺仁淑.41) 씨는 성공한 케이스다.

목동의 한 할인점내에 보증금없이 권리금만 1천만원을 주고 5평 남짓한 매장을 얻어 팬티하우스 체인점을 냈다.

사업경험이 전혀 없는 주부인 曺씨로서는 큰 돈을 들이지 않고 할인매장의 한 코너를 얻을 수 있었던게 다행이었다.

초기 진열상품비 1천만원과 인테리어비용을 합쳐도 초기투자비용이 3천만원을 넘지 않았던 셈이다.

曺씨는 "목동점의 경우 경기가 나쁜데도 한달에 1천5백만원정도의 매출은 꾸준히 올린다" 고 밝힌다.

여기서 물건비와 인건비, 매출액의 10%정도 내는 매장임대 수수료를 빼면 曺씨의 한달 순수익은 줄잡아 4백만원은 족히 넘는다.

曺씨는 "제품의 품질이 괜찮기 때문에 값이 싸지 않은데도 한 번 찾은 고객이 다시 찾는 경우가 많고 선물용 상품이 잘나간다" 고 말한다.

김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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