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를 잡아라]할인점 시중제품에 자체상표 붙여 원가절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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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E마트의 전국 8개 매장에는 지난달 하순부터 'E플러스' 란 낯선 상표의 롤화장지가 선보였다.

가격은 70m 짜리 24롤 한 상자에 6천7백50원. 싼 맛에 한번 사본 소비자들의 입을 통해 품질이 알려지면서 출시 5일여만에 E마트에서 롤화장지중 매출 1위를 차지했다.

품질은 종전 A사 제품과 별 차이가 없는데 가격은 1천원이나 싸기 때문. 이 화장지는 E마트가 개발한 자체상표 (PB) 제품이었다.

화장지의 인기에 힘입어 E마트는 E플러스 상표의 국수.우유등을 잇따라 내놓았다.

킴스클럽도 지난 8월말 종전 M사 제품보다 상자당 12.5%정도 값이 싼 '피플' 이란 자체상표 (PB) 화장지를 내놓았는데 일주일만에 매출 1위 상품으로 뛰어 올랐다.

킴스도 연말까지 기저귀.캔음료.수세미등 1백여개 품목을 '피플' 브랜드로 출시할 계획이다.

대형 국내 할인점들이 자체상표 (PB) 공급확대를 통한 '2차 가격파괴' 에 나섰다.

지금까지는 유통구조 개선을 통한 가격파괴였다면, 이번에는 원가절감을 통한 가격파괴다.

품질은 비슷한 물건에 제조업체의 기존 상표 대신 유통업체 고유의 PB브랜드를 붙임으로써 거품을 제거, 고객에게 파는 가격을 다시 10~30%정도 내린 것이다.

한 관계자는 "상표에 대한 로열티와 광고.판촉비등이 들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훨씬 싸게 물건을 공급할 수 있다" 고 설명했다.

물론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어려움이 있다.

사실상 같은 물건에 다른 상표만 붙여 훨씬 싸게 납품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자니 대리점 눈치도 보이고…. 하지만 할인점들의 체인점포 수가 크게 늘어 대량공급이 가능하기 때문에 그럭저럭 채산을 맞추고 있다는 것. 할인점들은 앞으로 대상 품목을 계속 늘려나갈 계획이다.

E마트의 경우 E플러스 브랜드 제품은 휴지.국수.계란.우유등 식품.잡화류등 24가지에 이른다.

이밖에도 수건.그릇.수저등 6가지 생활용품은 '그린피아' , Y셔츠등 의류는 '투모로우' 란 PB상표로 물건을 판매중이다.

이밖에도 조만간 '키즈랜드' 란 상표의 아동관련 상품을 출시하는등 PB상품 출하를 늘려 이 비중을 연말까지 매출액의 4%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국내 할인점들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한 관계자는 "진출 초기 직수입품 비중을 자제해오던 까르푸.마크로등 외국계 할인점들이 세계적인 지명도를 가진 PB상품을 들여와 싼 값에 팔면서 국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면서 "국내 할인점들도 PB상품 공급을 통한 가격인하로 대응하지 않을 수 없다" 고 말했다.

세계 18개국에 2백79개 점포망을 구축하고 있는 프랑스계 한국까르푸의 경우 7%미만이던 직수입품 비중을 15%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직수입품은 대부분 '퍼스트라인' (가전).까르푸 (생활용품).텍스 (운동화.의류) 등 까르푸의 PB상품. 네덜란드계 마크로 역시 '아로' 란 PB브랜드 품목이 3백30가지로, 이들의 매출비중이 10%선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어쨌든 이런 변화가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익이다.

비슷한 품질의 물건을 싸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E마트의 홍충섭 이사는 "PB상품은 할인점 가격경쟁의 원동력" 이라면서 "당장은 시중 유명브랜드 상품에 상표만 바꿔다는 정도지만 장기적으로는 완전히 새로운 품목을 자체기획해 나가도록 하겠다" 고 말했다.

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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