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몰며 ‘도민과 소통’ 나선 공무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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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경기도 공무원들이 대거 일일 택시 운전기사 체험에 나선다.

경기도는 22일 도가 추진하는 공무원 택시 운전 체험에 본청과 의정부 제2청에서 모두 110명이 참여한다고 밝혔다. 이 중 50명은 이미 택시사업조합에서 시행하는 필기시험에 합격한 뒤 22시간의 교육과 3시간의 운전 정밀검사를 거쳐 택시 운전 자격을 얻었다. 나머지 60명도 택시 운전 자격을 따기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

도는 수원시내 4개 택시업체와 휴일이나 주말에 한해 택시 운전 체험을 할 수 있도록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택시업체들도 공무원들의 체험을 반기는 분위기다. 체험에 이용되는 택시가 ‘쉬는 순번’인 데다 공무원 기사들이 수입금 전액을 회사에 기부하기 때문이다.

경기도 공무원들의 택시 운전 체험은 지난해 11월 도 교통정책과에서 시작됐다. 이진수 과장이 첫 체험에 나섰고 이어 직원들이 동참했다. 이 과장은 “생생한 도민의 소리를 교통 정책에 반영하고 택시업계 현실을 이해하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당초에는 교통정책과 직원들만 참여할 계획이었으나 지난해 말 김문수 경기도 지사가 택시 운전 자격을 취득하면서 규모가 커지게 됐다.

김 지사는 올 1월부터 휴일에 짬을 내 하루 12시간씩 수원·의정부·성남·고양 일대에서 택시를 운전해왔다. 김 지사는 매번 사납금을 채우고도 적게는 1만원, 많게는 2만4000원까지 더 벌기도 했다. 김 지사는 “12시간 동안 각계각층 손님들을 태우고 얘기를 들어보면 공무원들이 현장 목소리에 취약하다는 점을 절실히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많은 직원이 도지사의 눈치를 봐서 어쩔 수 없이 택시 체험에 나서는 것”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도 보낸다. 그러나 도는 다양한 계층과 소통하기 위해 공무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경기도 관계자는 “퇴직 후 택시기사를 하려는 직원들도 있다”고 전했다. 이진수 과장은 “체험 공무원을 중심으로 ‘택시 동아리’를 만들어 도민들의 요구·불편 사항을 정책에 반영하고 택시 지원 정책도 개발해 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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