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총재 회견후 검찰반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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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DJ비자금 의혹은 물론 92년 대선자금과 신한국당 경선자금까지 포함한 정치권 전반의 비자금 수사를 요청한 신한국당 이회창총재의 22일 기자회견에 대해 검찰 간부들은 한마디로 어불성설 (語不成說) 이라는 반응을 나타냈다.

DJ비자금 수사유보와 같은 맥락에서 92년 대선자금과 신한국당 경선자금까지도 일단 대선후까지는 불문에 부치자는게 검찰의 기본입장이라는 것이다.

이는 총장의 DJ비자금 수사유보 결정이 ▶검찰의 정치적 독립 ▶대선을 공정하게 치르고 ▶경제의 어려움을 감안해 내려진 결정인 만큼 국론분열과 경제회생에 걸림돌이 될 대선자금이나 경선자금 수사를 이 시점에서 벌인다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논리다.

김총장과 함께 이날 이총재의 회견모습을 시청한 박순용 대검 중수부장은 "우리는 이제 정치권에 대해선 관심이 없다" 고 잘라 말했다.

또 서울지검의 한 핵심간부도 "그동안 검찰에 대해 정치권의 간섭이 너무 심했다.

검찰이 청부 수사기관이냐. 고발장을 접수시켰으면 검찰에 맡기고 기다려야지 이래라 저래라 간섭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 며 불쾌해 했다.

그러나 법률적으로는 지금이라도 비자금 의혹 수사가 가능하다.

검찰청법 8조 '법무부장관의 지휘.감독' 규정에 따르면 법무부장관은 구체적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을 지휘.감독할 수 있도록 돼있다.

즉 장관이 특정사건에 대해 수사재개를 지시하면 검찰총장은 이에 따라야 하는 것이다.

50년대 중반 일본 도쿄 (東京) 지검 특수부가 당시 사토 (佐藤) 자민당 간사장을 수뢰혐의로 구속하려던 것을 이누가에 법상 (법무부장관) 이 지휘권을 발동, 검찰총장이 이를 받아들여 체포하지 못한 것이 비슷한 예다.

그러나 이번처럼 총장의 수사유보 결정을 미리 양해한 김종구 법무부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이를 뒤집을 가능성은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신동재.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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